흔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여행이든.. 처음 찾아가는 길이든.. 돌아오는 길은 같은 길이지만 갈 때보다는 짧게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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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담았던 길이라 처음보다는 아무래도 조금은 익숙하기도 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조금은 생기겠지. 그러나,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집에 온다는 안정감이 작용해서 그러기도 한다는 것이다.
고잉 홈 이펙트 ( Going Home Effect )_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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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처음 듣는 단어이다.
나이가 적든 많든 돌아갈 곳이, 집이 있다는 것은 참 편안하고 포근하고 안정감을 주는 말이다. 나도 한때 그랬으리라. 난 긍정적이기보다 오랜 시간을 감내하며 지내서 그런지, 굳이 둘 중 하나만 택해서 말하라면 부정적인 편에 가깝다. 좋게 말하면 감성도 풍부하고, 불안도 많은 편이다. 그에 반해 옆지기에게 그동안 마음이 무너져 본 적이 없다는 말을 다른 얘길 하다가 들었다. 참 대단하다 싶다. 그만큼 알맹이가 단단한 것이겠지. 자라 온 환경도 많은 영향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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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난 계획적인 것이 좋고 변화를 조금은 두려워한다. 창고에 좋아하는 간절기와 겨울 옷을 두고 아직은 대금이 밀려서 처음처럼 자유롭게 드나들 수도 찾아올 수도 없다. 그러니 계절의 변화마저도 싫다. 이건 내 성격 탓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싫어하면서도 엄마 영향에 자연스럽게 옷과 가까워졌다. 유난스럽다가 더 맞을 듯. 한번 입은 옷을 바로 다음 날 입는 것은 생각도 안 했다. 그러나 사람은 적응을 잘한다. 교복처럼 입는다. 대신 그 옷(10여 년 전)에 맞춰 더 이상
살이 붙으면 맞지 않아서 어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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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잠시 옆으로 샜지만
돌아간다는 마음 만으로도 온전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따스한 공간이 머지않아 생기겠지. 그러면 이 알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지침은 사라지겠지. 무엇보다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고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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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절대 숨길 수 없다. 환했던 새벽은 어두움으로 가로등의 불빛에 의지해 정류장으로 향했다. 병원에 6시에 도착했고 채혈도 6시 30분에 했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 비장과 등이 뻐근하다 했다. 부디 나빠지지 않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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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9.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