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니 Dec 15. 2023

우리는 종종 "다음 기회에"라고 합니다.


내리던 눈이 조금 그치자 날이 좀 추워질 듯해서

짐가방 속 머플러를 찾았는데, 그나마도 아무리 찾아도 없길래 지퍼를 닫으면서 몇 해 전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꽤 오래전 한 지인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친구가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녀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머플러 한 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들이 뉴욕을 여행하던 중에 유명 매장에서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아주 아름답고 비싼 머플러여서 애지중지하며 차마 쓰지를 못 한 채 특별한 날만을 기다렸답니다.


친구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말을 멈추었습니다. 저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친구가 말하더군요.


"절대로 소중한 것을 아껴두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 마~."
"네가 살아있는 그리고 내 반신(半身)과 함께 한 그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들이니.."


생활은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지 지나간 날들의 후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생기거나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그때가 좋은 것이지요.


우리는 종종 "다음 기회에.."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기회가 평생의 후회로 남을 수도 있음을 마음에 담아야 할 듯합니다. 매일, 매시간 모두 그렇게 소중한 것들이니까요.



내 사진. 머플러로 둘둘 말고 있는.

작가의 이전글 독하디 독한 것들은 오래가지 못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