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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Dec 22. 2023

세번째. 하늘이시여 도와주소서.



웬만해선 알람을 해 놓은 날이면 오히려 일찍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은 알람소리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며칠째 잠을 거의 못 잤다. 전화나 카톡 보이스톡 등 놓칠까 봐 소리로 바꿨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기도 하고 불안함도 그 이유 중 하나일 듯하다.
그런데 코로나가 한참일 때도 일정한 시간에 울리던 안전재난문자가 그것도 정부 따라가는지, 새벽 6시든 상관없이 울려댄다.

특별한 오전 스케줄은 없었지만 내 강박에 일찍 일어나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고 언제 간호사실에서 전화올 지 몰라서 각 잡고 앉아있다. 이런 건 힘들지 않다. 다만, 그 시간 동안 생각이 많아지는 게 어렵다.

4시에 의사면담 예약이 잡혀있고, 환자 면회를 하려면 코로나검사를 미리 하고 가야 한다. 나는 분명 명확하게 말했다. 안내로 가서 분명 환자면회로 검사한다 했고 순서별로 안내부탁한다고. 같은 건물도 아닌 손으로 가리키며 별관으로 가세요.. 가 다였다.
열심히 걸어서 갔더니 혈액종양과 가서 담당의사 처방전을 받아오란다. 그것도 너무도 불친절하고 귀찮은 말투로. 예~전 같으면 안내로 가서 컴플레인했겠지만 기운도 없고 에너지도 고갈된 상태라 그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엇인 지..

4시에 잡혀있는 의사예약이 있는데 2 시인 지금 난 코로나 처방전을 받으러 갔는데 면담처럼 내 의견도 묻지 않고 중언부언 말이 결과가 없는 붕 뜬ㅜ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안 왔고 의사넷이 번갈아 사람 몸을 혹사시켰는데 그런데도 골수검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조직만 겨우 조금 떼어냈다고 들었다. 남편 말로는 너무 프로답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건 웬걸 담당의사란 사람은 환자인 남편한테 들은 얘기보다 더 그 상황을 더 모르고 말도 중구난방 어떤 방향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전문의라고는 볼 수 없는 애매한 설명.
내가 남편에게 들은 말을 했더니. 레지던트에게 전화를 해서 그 조금의 조직으로 백혈병 유전자검사 및 다른 검사를 할 수 있는지 되려 묻더니 웃는다.
그뿐이면ㅜ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눴기에 4시에 보호자 상담 있는데 다시 오나요? 했더니, 그래요? 이것으로 생략하시죠. 그야말로 뚜껑이 제대로 열렸지만 혹여나 환자한테 화가 갈까 봐 절대 을인 난 참았다.

밖으로 나와서 그제야 스테이션에서 처방전을 받고 코로나 검사를 하고 올라가서 간호사에게 전화를 했고 나왔고 머리부터 장갑 몸도 비닐로 감싸고 들어가서 휴게실에서 만났다. 온갖 검사로 이틀 동안 빈 속이었을 남편은 온갖 줄과 수혈줄을 꽂고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다.

안 울기로 다짐 또 다짐했지만 그 까맣고 더 홀쭉해진 얼굴을 본 순간 울컥.  주책스런 눈물을 닦고 얘기를 했다. 동시에 "밥은?" 이런저런 검사에서의 불편하고 아마추어 같은 불쾌함을 들었고 이런저런 현실적인 얘기를 나누고는 떨어뜨리기 싫은 애를 남겨놓고 나오는 마음처럼 아프고 태풍 같은 외로움이 휘감았다.

남편도 마음이 그랬는지 얼마 되지 않아 톡이 왔다.
보고 싶다고. 밥 먹으라고.

난 남편한테 말 안 하고 지하 2층 <사회사업팀>을 찾아서 실랄하고 적나라하게 현재 사정을 여과 없이 얘기했고 결국 등등 문제가 되어 어렵겠다고 내가 안되어 보였는지 본인 선에서 해 줄 수 있는 수혈이라도 도움을 드리겠다고 서류를 쓰고 나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연휴가 있어서 비싸고 쓰린 마음으로 호텔도 아니고 모텔 비슷한 그 사이 어디쯤의 곳을 예약했다. 모텔 같은 곳에서 있으려 한다.

나도 이렇게 외롭고 무서운데, 아픈 사람은 어떨까.  내색은 안 해도 겁이 왜 나지 않을까. 그 복잡한 머릿속에 혼자 있을 아내걱정까지......
그렇게 빈곤의 허덕임으로 서로 마음 아프게 했는데 이렇게 보고 싶고 걱정되고 어미의 마무리가 안된다.

평생을 가족들
뒷바라지로 20살 되기도 전부터 밑 빠진 구멍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고마움 하나 없는 더 큰 것을 바라는 마음인 가족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남자. 본인을 위해 살았으면 이렇게 몸이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다른 말은 생략하려 한다.

박 스테파노의 인생이 안쓰럽다.

아프다. 너무 아프다.



혼자라 생각되고 보고싶으면 사진이라도 보라며 찍어 준 남편 사진은 본인이 마지막 자존심?자존감마저 떨어질까 하여 차마 못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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