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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니까... 적어도 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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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
Jul 30. 2024
살아가라는 대로 살아도 불행이 찾아올 때가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삶은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누구나 처음은 서툴다.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못하고 힘겨울 때가 있다.
처음이니까.
적어도 난 그랬다.
하나의 짐을 덜게 되면 다시 다른 짐들이 쌓인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쁜 감정을 순간순간 갖게 되는 자책으로 반성한다.
내 슬픔과 눅눅함을 듣거나 어깨를 내어주는, 손을 내밀어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차오르는 생각을 비우고 지금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연습으로 노력으로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몸속 어딘가는 병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난 그래도 가진 게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사람을 너무 쉽게 믿지 말라는 말도 새겨 들었지만 그 또한 쉽지만은 않았나 보다.
내 마음을 내주었던 이도 흘러가는 대로, 떠나가는 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믿어야 할 것도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한테 그런 사람이 한분 두 분 이렇게 생긴다.
어디서 쓰여있는 글을 읽었는데,
인생의 방향이 변할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주변의 사람들이 바뀐다고 쓰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젠 그런 분을 만났다.
먼 길을 오셨고 나도 조금은 낯선 길을 물어 물어서
만난 순간 눈이 붉어졌다. 또 울보처럼.
나와 옆지기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오셨다. 그리곤 내민 손을 쑥스러워하신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셨지만 미소가 참 맑으신 그동안 머릿속의 생각보다 훨씬 더 인생의 깊이가 제대로 차곡차곡 쌓인 멋진 분이셨다.
오늘도 병원을 찾았다.
내 촉은 왜 이리 짜증 나게 맞는 것일까. 며칠 전부터 입술이 너무 하얗더랬다.
아니나 다를까 적혈구. 2팩 혈소판 1팩에 오늘은 백혈구 촉진제까지. 이 역시 받아들여야지.
* 수혈실 밖에서 끄적임
서울 가톨릭 성모병원.
* 약국 다녀오다가 혼자 다소곳이 피어있는 게 대견해서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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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프라다코리아 한국지사. 이제는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반신(半身)인 cml(백혈병)인 옆지기 웅이와 굴같은 어둠에서 나와서 잔잔히 나이 들어가고픈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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