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아침 햇살에 눈을 뜨거나 알람소리에 피곤함을 이기고 눈을 비비며 일어나겠지만, 공사소리에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공사는 7시? 8시? 시작이고 주말 및 공휴일에는 공사를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질 않더군요. 돈 드리는 분께 말씀드렸더니, 구청에 민원을 넣어달라는 오히려 숙제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 아니라 그냥 다 참아냅니다. 번화가나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는 곳이 아닌 후미진 곳이다 보니, 기계도 제법 낡았고 보호막도 없습니다.
그래서 방이 조금 저렴했나 보네... 하긴 이것저것 살필 시간도 여유도 없었지... 하며 둘이 허한 웃음으로 넘기고 털어버립니다.
하지만 요즘따라 유난히 아픔을 호소하고 더 피곤해하는 옆지기가 저 공사소리에 낮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게 어느 때는 화가 납니다.
병원에서는 채혈과 수혈을 하고 담당의 말씀이 가속기의 강한 항암제 강행을 버텨낼 몸이 안된다면서 한주 더 휴약하고 적혈구 2팩 혈소판 1팩 촉진제까지 4시간 반에 걸쳐 맞고 전 밖에 앉아 지인분이 주신 책을 두권 읽었습니다.
이른 아침에 나와서 병원에 도착해 채혈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옆지기가 좋아하는 따듯한 아메리카노를(원래는 드립을 더 좋아하지만) 한잔만 시킵니다. 대신 2.200원 하는 아몬드과자를 아주 귀하게 쪼개어 나누어 먹습니다. 전 심장 때문에 디카페인 아니면 커피를 못 마시는 이유도 있고 아끼기도 할 겸.
어느 날은 아니, 종종 자주 먹는 식비를 꼼꼼히 나누고 체크해서 이틀 혹은 사흘간 이렇게 꾸역꾸역 이어갑니다. 이 정도 바닥일 줄은 상상을 했을까요.. '식구'란 한 집에서 밥을 함께 먹는 이를 뜻한다 하죠. 저희에겐 제대로 된 식구. 가족은 둘뿐이다.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누군들 나름 나름의 사정이 없겠냐마는 그렇게 그렇게.
옆지기 이식을 생각하는 날엔 글쎄요... 해줄까요..
저도 나름 나름 사정으로 부모님 소천하시고 연락 끊고 산지 꽤 오래. 보스턴 작은 언니는 본인 필요에 의해서 가끔씩 연락 오는 정도. 그 언니가 오늘은 새벽일이 없어서 토요일임에도 공사소리에 일어나면서 전화기를 보는데 통화돼냐고 톡이 와 있더군요. 한국에 마침 올 해 초 정말 정신없을 때 부탁과 사정에는 남보다 못하게 떠나버리더니 또 저 번처럼 뭐 물어볼 게 있나 보다.. 하고 무시하고 이번에는 연락 안 하리라 마음 굳게 먹고 제 할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이더군요. 바보같이.
톡을 했더니, 또 남의 다리 긁는 답답한 마음 편한 소리만 하고 있고 설명할 기력도 없는 제게 생전 해본 적 없는 페이스톡을 하자고 하더군요. 답답할 만큼 기계치인 저는 어떻게 하는지 6살이나 많은 언니한테 물어봐가며 페이스톡으로 돌리는 데 성공하고 얼굴이 뜨고 언니의 첫마디. "이 눔의 기집애 이걸 어떡하니.. 얼굴이 왜 이래. 그 늘어진 티는 뭐고.." 하면서 울더군요. 그냥 눈물 많은 전 따라 울었습니다. "큰언니, 오빠와는 않보고 살아도 너는 생각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줘. 언니도 사정이 있어서 그래.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진 말아 주라. 직접은 어렵고 한국에 아는 분께 부탁했어. 대신 입금 좀 해달라고. 그렇게 끊고 어느 이름 모를 분의 성함으로 십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