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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오른 손을 잡아 왼손이 되어 주시는 분께 감사한다.

by 여니

어렸을 적부터 난 왼손잡이였다. 80년대의 어린 시절 나이 많으신 엄마 생각엔 오른손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엄마의 교육과 아버지의 긍정도 부정도 아닌 뜻에 어느 정도 자랄 때는 오른손으로 글도 쓰고 웬만한 것은 다 하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오른손으로 돈은 아예 못 새고 가끔은 왼손으로 국을 먹을 때가 편하다. 또 어릴 적 기억 중 아버지를 따라 태릉 사격장을 오빠와 함께 갔었던 적이 있었다. 오른손으로는 도저히 자세가 안 나와서 왼손으로 하고 두 눈을 다 뜨고 해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어떤 상황에 놓이면 왼쪽 손부터 반응하니 아직 다 변하진 않았구나 싶다.

가끔 한 손이 데거나 가벼운 상처라도 나면 일상생활 특히 물이 닿을 때 고놈의 작은 상처가 아프고 은근히 불편하게 할 때가 있다. 한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웬만해선 별로 없으니. 읽었었던 산문 중 깊이 공감하며 한 부분을 적어본다.



세상에는 왼손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묵묵히 잡아주고
기꺼이 아래서 빈손으로 받쳐 주던 이
오른손 혼자 바른 척 손 흔들고 산들 젇은 걸레 하나 야무지게 짤 수 없거늘
마주칠 왼손이 있어야 손뼉도 소리 낼 수 있고
두 손 모으고 기도 올릴 수 있는 것을
오늘로 나는 바른손이란 이름을 지우노니
왼쪽 든든한 손 고맙소
오른쪽 씩씩한 손 고맙소
당신, 그대 고맙소
_ 고창영. <왼손 같은 사람> 中.



말은 편한 쪽 손으로 시작했지만,
세상에는 왼손 같은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묵묵히 왼손으로 잡아주고 받혀 주시는 분들께 고맙고 소중한 마음이다.


* 월요일부터 성탄구유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병원.

자세히 보면, 신부님 수녀님 의사선생님 간호사분

환자분이 서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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