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희망이라는 것은 대체 '있다'라고도 말할 수 없고 '없다'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지상에 길과 같은 것이다. 길은 본래부터 지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왕래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때 길은 스스로 나게 되는 것이다.>
_ 이육사의 중국평론과 번역 中.
* 희망.
처음엔 희망이라는 말을 기대라는 말과 오역하고 불혹을 넘겼음에도 구름 위에 둥둥 떠있는 몽글몽글함에 심취되어 앞뒤 분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처럼 마음이 한껏 부풀어 바쁘기만 했던 것 같다. 마치 이 세상의 행복은 다 끌어안은 것 마냥!
내게 그 행복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음을 미처 몰랐다. 쿵하고 울먹이고 겁이 났다가 괜찮겠지.. 하며 위로했다가 마치 넌 잘못된 꿈을 꾼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똑똑한 척 돌다리도 두드렸다 생각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앞선 마음이 호들갑을 떤 것에 불과하다. 오르막이 있는 산등성이만 건너면 될 줄 알았던 내 순진함과 무지함이 새록새록 바보 같기만 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희망 없는 절망의 기도만 드리고 있었다.
그때부터였지. 야속하고 끊임없는 기다림의 시간에 실제로 벽에 기대어 울다가 너무 답답하여 머리로 쳐보기도 했고 팔다리 잘려 작은 상자 속에 갇힌 것 마냥 나와서 잠시 생활하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 무언지모를 도돌이표 같은 하루하루 점점 마음도 주변도 아주 많이 거칠어졌다고 해야 맞을까.
* 계획
다음 날 옷 입는 것도 지인들과의 약속도 가는 시간을 계산했고 집에서 나갈 때 약간의 머뭇대는 작은 자투리 시간까지도 약속시간에 넣어 늦지 않게 계획했다. 다음 날 다다음 날 입을 옷을 생각했고 준비해 두었고 거기에 맞는 기타 다른 것들까지.
그랬던 내 삶과 강박에 가까운 내가 생활에 계획이란 것은 없어졌다. 순연되는 희망의 회로와 일의 처리는 일 년 이년 단위가 아닌 짧으면 이틀 많으면 일주일이었다. 무엇을 계획하고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답답하기만 할 뿐 심지어 내겐 너무나도 생소한 법률 단어들과 은행용어에 그러려니 해야 할 뿐이었다. 무지가 맞을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신뢰가 쌓여가야하는 시간에 나의 마음을 스스로 지옥으로 만들며 그나마 급하게 쌓였던 그 얕은 신뢰마저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져갔다.
* 가난
처음엔 여유 없음으로 인해 물욕 많았던 나는 닥치는 대로 팔고 조금 모은 것도 갖다부었고 이어 얼마 안 가서 가난이 찾아오는 것은 몇 년 걸리지 않았던 같다. 그때부터 모든 통증과는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루어야 했다. 듣는 계획에는 이삼일 일주일이면 해결될 일이었기에. 처음엔 창피했고 스스로 안쓰럽다는 내려놓기가 어려운 억지스러운 잘난 척이었다. 그러다 그건 진짜의 자존심이 아니라 그저 창피함이구나 생각했다.
옆지기가 자주 인용하여 글에 쓰곤 하는 '행복은 고만고만하지만 불행은 나름 나름'이라는 말을 공감했지만 지금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딱히 답할 말은 없지만. 지금 듣기에 우울한 말은 몇 개 있는 것 같다. '힘내!, 우리 다음에... '
끝내 다 내려놓지 못한 '... 체'를 덮개 삼아 참으로 달콤한 희망을 붙잡고 불안한 체 악착같았고 내 인내심이 내 자존심이 짜증 나게 고맙다. 그래서 오늘도 있는 힘껏 희망을 갖고 살아내 볼 생각이다.
_ 인연과 핏줄에 대한. . _ 덧 1. 21일 오후에 갑자기 보스턴에 사는 작은 언니 (작은 언니와는 그나마 1년~2년에 한 번 정도 연락 정도 하는 사이.) 한테 연락이 왔다. 그동안 한국에 왔을 때도 얼굴 보자 하면서 그냥 들어간 걸 알기에 그러려니 하고 통화를 했다. 웬일로 바로 다음날 만나자고. 난 아무 이유 없이 보자마자 살짝 눈이 붉어졌다 말았다. 이런저런 얘길 하기엔 바쁜 듯 보였고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또다시 순연된 일정에 병원비만 잔액으로 있는 상태에서 언니가 준 그야말로 쌈짓돈이 고마웠다. 그렇게 짧은 시간 잠시 얘길 나누고 그렇게 그렇게 다시 헤어졌다.
_덧 2. 제가 귤 10킬로 1박스 보냈는데요, 성탄 휴무라 배송이 26일에나 시작된다네요. 도착하면 맛있게 드세요~ 올해는 오빠네 농장에서 출하를 못해 옆 농장 걸루다가. 내년에는 건강 되찾은 오빠(현재 암 투병 중)네 농장 것을 보내드릴 수 있게 되길 바라요. _ 포스트잇에 일일이 붙여 보내준 생활용품, 얼마 전 보내주신 김치와 고기박스. "이젠 진짜 동생인 것 같아요. 뭘 먹으면 마음에 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