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추위가 찾아온다는 뉴스.. 아직 크리스마스도 지나지 않았건만 오히려 겨울이 거의 다 지나간 느낌은 무엇일까. 처음이에요. 겨울이 길다고만 매년 생각했었는데... 왜일까요.
옆지기의 청청벽력 같은 만성골수성 백혈병 가속기 진단받은 지도 1년이 되었어요.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시간은 그리 말을 해 주네요.
요즘 들어 괜한 것에도 울컥울컥해요. 우울증 뭐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옆지기는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싫어하지만 평범하게 살다가 큰 병이 찾아온 것과 7년 정도를 타인에 의한 타격으로 힘들게 버티다 찾아온 큰 병과는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요... 더 더 강해져야겠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놓아주고 싶어요. 다 표현 못 한 일들을 헤쳐오면서 이 정도면 강해진 것 아닐까요... 화가 났고 서러웠으며 지독했고 악착같았으니.
예전 제가 좋아하는 박은빈 배우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다음 작품이었던 <무인도의 디바>를 보면서 적어놓았던 대사가 문득 떠오르네요.
"15년 전에는 언니가 없어 보여서 좋았거든. 걱정도 없고 그늘도 없고 고민도 없고 인자는 너~무 있어 보이네. 뭣을 겪어갔고 저라고 짠해져쁫대."
"나 꼴 한심한 것은 누구 탓도 아니여. 나의 선택이었고 나가 감당할 일이여."
그 짠함이 뭔지 알고 싶지 않지만 대번에 알 것 같았어요.
아직은 아니지만 터널 끝의 희망회로를 다시 돌리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 기다림 중 한 가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지만 그나마 옆지기의 유전자 수치가 조금 아주 조금 내려갔어요. 적혈구 혈소판 촉진제로 겨우 겨우 치료를 이어가는 중이지만 그래도 약이 조금은 듣는다는 얘기 아닐까요. 이 역시 희망을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