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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y 31. 2018

곱게 늙기 : 잔소리 금지, 선생짓 금지   

퇴사하고 읽는 책 - 힘빼기의 기술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뭔가를
가르치려들 때, 꼰대가 된다

by 힘빼기의 기술, 김하나

지인이 유난히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김하나 작가. 왜 그렇게 좋아하나 싶었는데, 생판 모르는 작가를 좋아하는 계기는 나에게도 우연처럼 찾아왔다.


제현주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녀가 진행했던 '일상기술연구소' 시즌 2의 마지막 출연자가 김하나 작가였다. '힘빼기의 기술'이라니, 바디맵을 하면서 늘 힘을 못 뺀다고 구박을 지속적으로 당해온 터라 그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인생을 모순처럼 느끼며 살고 있는데, 힘을 주는 것보다 빼는 게 이렇게 어렵나 하는 생각 역시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책을 읽으며 (많이 약간) 아쉬웠던 점은 팟캐스트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을 만드는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게 밑줄 긋고 싶은 구절이 많지 않았다.


남미 여행 파트는 다른 독자가 느꼈던 것처럼 재미가 없었다. 이도저도 아니었다(죄송하지만, 타인의 여행기를 읽으며 감동받는 성격이 아니라...)


파트 1에 해당하는 여행기 전만 읽었다.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가 쓴 태교일기를 끝으로, 나 역시 아직 뱃속에 있는 태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해야 할 어떤 당위성을 발견했다. 그녀의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얻은 점이다.


여전히 꼰대 관련 주제의 글에서는 그 땡땡이가 생각났다. 꼰대는 환경이 만드는 것인가 아닌가.


퇴사하고 만나는 꼰대는 오히려 나이 많은 고객 혹은 손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다(내 마음 속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몇 명의 이들이 있다, 안타깝게도).


회사 안에서 만난 꼰대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러니까 꼰대 때문에 회사를 관두진 마시라(나는 꼰대 플러스 여러 이유로 퇴사했다).  


퇴사하고 책을 읽으며 다시 에세이류가 내 삶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직까진 직접 대면해서 밥먹고 차마시며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수용하지 못하는 유리멘탈이다. 멘탈 털릴 것 같으면 못만나겠다.


에세이를 읽으며 다시 사람을 사랑할 힘을 얻고 또 베풀 그날을 기대해본다 같은 서술어를 쓰고 싶지 않은데...그렇다.


밑줄 그은 부분

세상에는 하늘 같은 선배만큼이나
하늘 같은 후배도 많은 법이다.


> 대표 혹은 리더 말에 예민한 촉을 가졌던 꼰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아직도 왜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못하는, 융통성의 융도 없는 그에게.


>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을 보고 내려놓았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가 아니라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하는 것이고, 글이 쓰고 싶어서 쓰는 것 뿐이다.


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해서 쓰고
그리고 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요.

살면서 많은 충고가 '이게 다 너를 위해서다'라는 마음으로 오가겠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충고일 뿐, 직접 겪어 얻는 깨침만큼 큰 것은 없다.


> 30년 넘게 부부 싸움 안하고 사는 이의 충고. 요즘 많이 다투는데 충고하다가 꼰대될라 조심하자


책에 대한 짧은 총평 


에세이는 타인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도구다. 거기까지. 필요한 내용만 쏙쏙 휘리릭 읽기 괜찮았다. 


별 것 아닌 삶의 사소한 지혜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다. 충고의 위험도와 꼰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남미 여행을 꿈꾼다면 두번째 파트를 꼭 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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