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돌아보는 의식
오늘 드디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다 읽었다. 주옥 같은 문장이 많아서 내 것으로 기억하고, 나중에 소재로 꺼내쓰려고 사진을 찍었다.
오전에는 아기가 자는 틈바구니 사이로 하루키 책을 마저 읽었다. 하루키가 좋아서 그에 관련한 글을 쓰려고 첫 문장만 적어뒀다,
하루키는 매일 원고지 20매의 글을 쓴다. 나는 감정이 격할 때 생각을 정리하는 용도로 쓸 때빼곤 글쓰는 일이 들쑥날쑥이다. 팬심으로 하루키처럼 매일 20매의 글을 쓸 자신은 없다. 단지 뭐든지 쓰기로 나와 약속한다.
어제도 먹었던 메뉴인 바나나땅콩버터오픈토스트다. 내가 내린 핸드드립커피까지 더해서 먹었다. 토스트는 점심 먹기 전까지, 커피는 하루 종일 마셨다. 다 마실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결국 삼분의 일 정도 남은 커피는 버렸다.
아기의 스케줄에 맞춰 사니까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면 기저귀를 갈고, 갈았던 그 손으로 커피를 마시고, 다시 토스트를 베어물곤 아기와 노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보면 전에는 아침, 점심, 저녁 딱딱 이렇게 착착 먹었던 스케줄이 내 입장에선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기가 잠자는 오전 타임이 내가 사람답게 점심 먹는 시간이다. 육아경험자들이 아기돌보면서 따뜻함 밥 먹기 쉽지 않단다. 그 말이 꼭 그렇진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잠잘 때 나름 챙겨먹으려 바지런을 떤다. 말은 사람답게 먹는다하지만 어제 저녁메뉴였던 김치찌개랑 밥, 오뎅볶음이랑 멸치볶음을 먹었다.
요즘 가장 내가 오래 머무는 공간은 집이다. 그래서 셀프인테리어 중이다. 버릴 게 많다. 이렇게 쓰레기 같은 짐을 좋다고 같이 살았나 싶을 만큼 버리고 또 버리고 있다. 집을 머물고 싶은 공간처럼 만들다가 몸살이 나진 않을까 싶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나는 벌써 지쳤다. 바뀐 집에서 살면 붕붕 떠다니는 내 마음이 안정감을 찾을까 궁금하다.
뭔가 쓰레기더미 같은 창고 같은 작업실에 잘 가지 않게 된다. 유튜브 영상 작업도 틈날 때 하는데 소재꺼리 고민하다가 집 청소도 더해지니 자꾸 밀린다.
안방에 넣을 수납함과 이불커버, 침대커버, 베개커버, 커텐 등 제대로 시작도 못했는데 아기가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후회하듯 밀려오는 생각은 인테리어는 아기가 없었을 때 미리 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나는 아기가 밤잠이 들기 시작하면 구매할 것을 사려고 했지만 이번엔 몸뚱이가 고장이다. 어제 잠깐 도서관에 책 대여하러 20분 외출을 했다. 마른기침이 나오고 컨디션이 엉망이 됐다. 나는 고작 20분을 나갔다 왔는데 몸이 만신창이다.
이렇게 정리하는 지금도 콧물과 싸우고 있다. 임신했을 때부터 나를 괴롭혔던 알레르기성 비염. 그만 좀 떠나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다.
저녁은 시장에서 산 오천원어치 잡채와 삼천원어치 고사리나물, 마켓컬리에서 산 브로콜리, 멸치와 오뎅볶음, 마지막 남은 김치찌개, 갓 묻힌 봄동겉절이, 동치미를 곁들어 먹었다.
잡채가 정말 먹고 싶었는데 진짜 먹었다.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는 욕망이 ‘드디어 해결됐군’ 하며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번주는 메타포라 글쓰기 과제를 해내야 한다. 소재를 걱정하는 중에 ‘내가 둘째를 낳지 말아야 할 이유’라는 아이디어로 작성해볼까 한다.
신호등에서 만난 익명의 아줌마와 마주치면서 명확히 느꼈다. 아무리 아기가 외동이라도 절대로, 나는 타인의 말에 휘둘려서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듯 작성해야겠단 마음을 먹었다.
내일은 아침에 땅콩버터를 바른 블루베리베이글과 달걀후라이 그리고 한라봉을 먹을 계획이다. 배고파서 얼른 자야겠다. 맛있게 챙겨먹을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굿나잇 내일도 맛있게 먹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