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쩌리의 넋두리

퇴사하고 글을 씁니다 - #1일1글쓰기

by 김애니

오늘 밤은 일찍 잠이 들었다. 어제 아기랑 같이 자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번뜩 눈이 떠졌다. 임신하고 탈코르셋을 의도치 않게 시작했다가 다시 브래지어를 착용했다. 명치가 조여왔고 체한 것처럼 속이 아팠다. 자다가 답답해서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 '후-유' 이젠 잠이 들겠다 싶었다.


따로 자는 아기의 안부가 궁금해 몸을 일으켰다. 오전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매일 글을 쓰겠단 마음과 달리 육체는 늙어서 고단하다. 아까 잠들기 전에 앞으론 새벽에 기록을 남겨야지 마음먹었다. 마음이 먼저 알고 몸이 뒤이어 따라줬다.


아기는 코가 막혀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자고 있었다. 줄어든 가습기의 물을 보충해주고 소파에 앉았다. 야행성인 고양이가 아는 체를 한다. 아무도 없는 듯한 거실에 고양이가 내 왼쪽 허벅지에 자신의 턱을 기대곤 잠이 들었다. 나는 습관처럼 SNS를 확인했다.


''글을 놓지 않고 쓸 수 있는 직업'을 검색했다. 박범신의 강연 기사가 흥미로워 클릭했다. 제목이 자극적이다. 내 안의 욕망을 갈퀴로 긁어내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는 것보다 글을 쓰지 않는 것이 힘들다면 글을 쓰라. 데뷔 43년 동안 지속적으로 쓸 수 있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내적 분열 상태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매우 안정되고 행복했다면 글을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지속적으로 불편하고 불안하고 행복해지지 않는 것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43년 동안 글을 쓴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하니까 괜히 더 믿음이 갔다. 오늘 드립을 먹는 손님이 루이스에게 음악한 분 같다고 했다가 나는 무슨 일을 했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루이스가 "작가죠?"라고 묻자 나는 "회사원이었죠. 지금은 알바죠"라고 대꾸했다. 사람들은 글쓰기를 좋아하면 다 작가란다. 현실에선 작가 지망생 같은 쩌리 느낌인데 말이다.


글쓰는 삶에 대해 고민하다가 박찬일 셰프처럼 되어야지 소박하게 꿈을 꿔본다. 박찬일 셰프도 기자였다가 셰프가 되곤 다시 글을 쓰니까, 나는 커피를 해서 바리스타가 되어 다시 글을 쓸까 싶었다. 상상이다.


박범신의 인터뷰 기사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 쓰기의 중요한 축이라 답했다. 나는 세상에 혹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마음속에 있는 상상을 찾아내려고 하는 집요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글쓰기쩌리라서 쓰기의 노하우에 관심이 많다. 정말 기술은 두 번째이고 본질은 자기 안에 명확한 할 말을 찾고 그것을 글로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무슨 일을 하든 글을 놓지 않고 쓸 수 있는 일로 돈을 벌어 정승처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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