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메이드 떡볶이

먹는 일기 - 1일 1글쓰기

by 김애니
toppokki-1607479_1920.jpg 사진 = pixabay

아기와 남편이 잠든 새벽에 눈이 떠졌다. 그젯밤에 어떻게 잠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금요일 오후 11시, 아기가 잠들었다가 깨서 늦게 귀가한 남편에게 생글생글 웃어줬고, 나와 같이 침대에서 뒹굴거린 기억까지만 있고 나머진 사라졌다.


피곤한 날은 기절하듯 잠이 드는데, 씻는 일을 빼먹기 일쑤다. 씻지 못하고 자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알레르기 비염이 괴롭힌다. 이제는 내성이 생겨버린 비염약을 되도록 먹지 않고, 면역력 증진에 힘쓰는 나이가 됐다.


그젯밤 저녁으로 먹은 쌀떡볶이와 어묵국을 먹으며 일기를 쓴다.


나는 매운 음식을 못 먹는 편인데, 매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애매한 취향의 소유자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땐 통증을 감소시켜줄 대안이 늘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떡볶이와 어묵 국물은 찰떡 궁합이다.


전라도에서 자란 내 입맛을 기준으로 봤을 때, 서울떡볶이는 매콤한 편이다. 매운데 맛있다. 전라도에서 내가 주로 먹던 떡볶이는 고춧가루보다는 고추장 함량이 높다. 사실 고춧가루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떡볶이를 먹을 때면 "아휴, 매워"란 말을 장착하고 먹었다. 그나마 전라도식에 제일 가까운 서울떡볶이는 대학로의 HOT떡볶이로 유명한 '나누미쌀떡볶이'집이다.


불현듯 분식이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날이 나에겐 엊그제였다.


카페에서 레몬청을 마무리하다가 아이 어린이집 하원 시간이 30분 남짓 남았다. 한성대입구역에 나폴레옹과자점 식빵을 살 여유도, 떡볶이를 구매할 시간도 내겐 없었다. 나누미쌀떡볶이는 떡볶이도 맛있지만 적당한 미원이 들어간 김밥 맛이 기가 막히다. 짠 맛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적당한 간이 일품인 김밥이다. 꿀맛템이라고 하자.


아기가 태어나고 내 인생에서 녀석은 삶의 우선순위가 됐다. 나는 떡볶이가 먹고 싶지만 시간은 없으니 타협안을 냈다. 마트에서 떡볶이에 넣은 비엔나소시지와 어묵 국물을 만들 어묵을 샀다. 내가 만든 떡볶이와 어묵 국물은 시중에 팔지 않지만 내 입맛에 잘 맞는 맛이다. 맵지 않다.


적당한 량의 물을 넣고 고추장 한 숟가락과 쯔유 한 숟가락, 매실청 두 숟가락을 넣고 끓인다. 양념이 끓어오를 때 쌀떡을 넣어주고 어묵과 비엔나소시지를 넣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와 파를 넣어 물을 졸인다. 떡볶이 국물이 적당해지면 참기름 한 숟가락을 넣어 잘 버무려준 후 맛있게 먹는다. 서울에서 파는 즉석떡볶이 비법 고춧가루 양념이 남았길래 한 숟가락 같이 넣었다. 맛있다. 그거면 됐다.


집에서 조미간장 대신 일본간장인 쯔유 사용량이 많아졌다. 어묵 국물에도 쯔유 두 숟가락만 넣으면 일본가정식에서 맛봄직한, 남부럽지 않은 맛이 난다. 오늘도 어묵을 넣고 마법의 양념 쯔유를 넣은 후 양파와 숙주나물을 듬뿍 넣어 나만의 어묵국을 완성했다.


떡볶이와 어묵 국물을 소울푸드로 주말의 시작을 알렸다. 어제저녁으로 먹었는데 새벽녘에 데워 먹어도 맛있다. 평소 SNS에서 재미있게 보는 사이트에 구인공고가 났다.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기업의 마음에 쏙 들게 작성해야 하는데 나는 새벽녂에 어제 먹다 남은 떡볶이와 어묵 국물을 전자레인지에 데웠다. 맛있게 먹은 기운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끝내야 한다라고 썼다. 오늘에서야 마무리짓고 지원하기를 눌렀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내가 잘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욕망을 이번에 또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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