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노동기, 2일1글쓰기
얼마 전, 유당불내증인 카페 손님이 우유를 자기가 사 올 테니까 모카 음료를 만들어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 손님은 정말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사 왔고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가게를 나섰다.
유당불내증을 가진 손님이 매번 우유 메뉴만 먹진 않아서 락토프리 우유를 가게에서 쓸까말까 고민했다. 나도 유당불내증이 있어서 카페 가면 아메리카노만 먹는다. 욕망에 굴복해서 우유먹고 다음날 비염약 먹으면 그만이지만 괴로운 일이다.
어렸을 때는 젊어서 몸이 잘 받은 건지 꼬박꼬박 우유를 잘 먹었다. 클수록 우유를 먹으면 장에서 안 받는지 설사를 하거나 얼굴에 뾰루지가 났다. 우유를 끊으면 뾰루지가 없어지고, 먹은 날에는 다음날 뾰루지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뾰루지와 알레르기 비염이 함께 괴롭혔다. 맛있어서 우유를 끊기 어려웠다.
우유가 맞지 않으니 비건 음료로 바꾸는 노력도 했다. 지금은 뒤안길로 사라진, 스타벅스에도 썼다는 무가당 콩두유 소이밀크도 잘 먹었다. 임신해서 우유를 먹으면 비염에 시달렸다. 오트밀우유도 먹어보고 우유를 대체할 아이들을 여럿 부렸다. 하지만 다시 우유였다. 우유대체품을 찾기 어려웠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두유를 넣은 메뉴가 있어서 먹어봤지만 개인적으로 2프로 맛이 부족했다. 설탕을 넣어야 마실만 했다. 우유를 먹지 못하니 입으로 들어가는 게 한계가 있었다. 세상에는 우유가 들어간 맛있는 메뉴가 넘쳐난다.
그런 나에게 희망 같은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가히 혁명이었다. 요즘은 우유 브랜드마다 유당을 제거한 음료를 내서 행복하다. 단, 가격은 부담스럽다. 일반 우유보다 체감은 1.5배 정도 비싸게 느껴진다. 미국에서도 우유 판매액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중이지만 우유 대체시장은 성장세를 보인다. 성장세만큼 맛이 좋아지면 싶지만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락토프리 우유는 제조사마다 맛이 다르다(개인적인 의견이다). 우유는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제품만 먹어봤다.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가볍고 깔끔한 맛이다. 저지방 우유 같은 느낌이랄까. 반대로 남양유업의 ‘편안하게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매일보다 10ml 용량이 적은데 지방 함유량이 높아서 고소하다. 이건 저지방 느낌이 덜 난다. 맛있어서 먹지만 찜찜한 느낌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 가능한 제품은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남양은 회사 이미지 때문인지 대형마트 말곤 구하기 힘들다.
락토프리 우유 덕에 카페에서 라떼먹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먹기 어렵다. 그나마 폴바셋 아니면 두유 음료 먹는 정도니까 말이다. 작은 카페에서 살아남는 경쟁력은 어쩌면 틈새시장이고 좁디좁은 타켓층인 건 아닐까. 이번에 구매한 락토프리 음료 마지노선이 8월 5일이었다. 7월 19일인 오늘 3개 남았다. 일반 라떼보다 500원만 추가하면 락토프리 우유를 제공한다. 내가 유당불내증이라 혹시나 해서 시도해본 프로젝트치곤 성공적인 타율을 보여주고 있다. 손님이랑 비슷한 처지라 우유를 하나 더 들였는데 반응이 있어서 기쁘다.
소비자는 새로운 걸 찾고 락토프리 우유가 지겨워지면 외면받는 현실을 알고 있다. 락토프리 반응이 미지근해지만 오트밀, 그다음엔 아몬드우유 등 새 길을 모색해서 편하게 맛있는 우유메뉴를 어디에서나 맛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