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시하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일은 언제쯤 쉬워질까
주위를 둘러보니 제 또래의 친구들은 다들 비슷한 노동력을 팔고 있었습니다. 카페나 음식점 서빙알바가 가장 흔했습니다. 적은 시급에 비해 아주 긴 시간을 바치는 노동이었습니다
(상인들, 이슬아)
내가 일하는 매장은 월요일마다 손님이 날쑥거린다. 보통 세 명이 일하는데 그 주 월요일에는 두 명만 있어도 커버가 가능할 만큼 손님이 왔다. 손이 남아서 나는 밀린 청소를 했다.
묵혔던 유리문을 닦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 직급은 경영자측근이지만 사실 나는 그곳에서 가장 오래 일한 노땅직원이다. 다른 친구들은 유리창을 닦을 생각이 없는 건지, 핸드폰을 봤고 멍을 때렸다. 그래도 나는 닦는다, 더러운 창문을!
혼자서 닦곤 같이 일하는 그들에게 다음에 닦아달라고 말했다. 나는 알아서 일을 찾아 하는 스타일이라, 요청하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게 잘 맞지 않는다.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이랑 일했던 경험 탓에 지시하는 일만 하는 사람들과 마음의 부대낌이 있다.
내 눈에는 보이는데 그의 눈에는 안 보이는 탓인가. 나는 사장가족마인드라서 나타나는 부작용일 수 있다. 만약에 나도 아르바이트생이거나 직원이라면 어땠을까. 맡은 일만 해도 감지덕지 아닐까.
갑자기 같이 일하는 L이 가장 바쁜 날 자리를 비우게 됐다. 비어버린 노동의 자리는 내가 메꿔야 한다. 내가 그 자리를 채우려면 어린이집 등원이 빨라져야 하고, 하루 종일 2,5평에 갇혀 식음을 등한시하면 된다. 아마 밥도 김밥으로 때울 테고, 러쉬타임에 몰려드는 손님을 두 명이 감당하려면 에너지도 더 많이 써야 한다.
L의 부재를 보면서 일하는데 중요한 것이 무얼까 고민이 됐다. 일과 가족은 비교대상이 되는 존재일까. 말이 안 된다. 회사였다면 어땠을까. 자영업자의 길은 왜 이렇게 멀고 길기만 한 걸까. 회사 다닐 때 누렸던 연차와 4대보험을 찾아 누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