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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an 13. 2023

[5문장쓰기] 어쩌면 내가 우려지는 시간

22.12.28~23.1.12 #2022 #겨울방학 #갭이어 #티라이프

12/28


[제목없음 메일을 보내고]


망했다. CX 팀장이 파트너사에 앞으로 연락할 일 있으면 단톡방에 해달라고 알려달라고 했다. 회사폰을 두고 와서 개인폰으로 단톡방 접속이 안된다. 그래서 생각한 묘안이 이메일 보내기였다. 그런데 나는 지메일이 익숙하지 않고 네이버에 길들여진 터라 내용 다 쓰고 '제목없음'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런! 보내기 취소가 5초 밖에 안되는 지메일은 이미 다 발송이 되어버렸고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12/29


[너라는 세상]


"Democracy begins at home(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민주주의의 실전은 집 안에서 시작해야 하며 민주주의적인 자세와 이에 필요한 기술을 자녀에게 가르치는 일은 이를수록 좋다고 한다. 오늘 먹을 반찬부터 가족 여행 장소까지 부모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하향식으로 전달하지는 않않는지부터 생각해보자!(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309쪽)


브레디 미카코의 책을 읽다가 발견한 엠퍼시가 궁금해서 그의 또다른 책을 연이어 읽었다. 생각보다 두번째 책인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는 잘 읽히진 않았다. 다만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말은 건졌다. 나도 아이와 이상은 민주주의 실전처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묻고 화기애애한 과정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하향식으로 독재가 따로 없다. 또 이렇게 알아가고 내 삶에 적용해보면서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아이가 자기 권리를 위해 일어설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갖춰'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


"영국 사람들은 저녁 식탁에서 정치,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 아이의 의견을 배제하지 않는다. 초등학생이라도 부모와 대등하게 의견을 이야기한다. 이때도 너무 이른 나이는 없다. 아이들은 상당히 어릴 때부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호기심 왕성하게 알고 싶어한다."(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311쪽)



12/30


[또 놓쳤]


오늘 오후 5시에 커리어코칭을 신청했다. 정신없이 일정을 보내다  놓쳤다. 저번에도 한번 놓쳤던 코칭이었는데 똑같은 실수를 했다. 나와 그곳의 인연이  닿지 않은 걸까 아니 내가 너무 부주의했다. 일정을 잡아두곤 새하얗게 까먹어서 미안한 마음만 크다. 일정은 정말 내가 가능할 때만 잡아야 하나보다.


12/31


[2022 연말 결산 문답]


1. 올해의 단어: 현재

2. 올해의 건강: 버텼다

3. 올해의 도전: 탄소농업, 주말농사

4. 올해의 실패: 이직

5. 올해의 성공: 농사

6. 올해의 발견: 생각보다 일을 잘하는 나

7. 올해의 소비: 다이슨 드라이기

8. 올해의 장소: 여수바다향기펜션

9. 올해의 행복: 공동육아어린이집 적응 잘한 아이

10. 올해의 충격: 팀장님과 기사님의 퇴사 

11. 올해의 음식: 티퍼니 둥글레 밀크티

12. 올해의 드라마: 재벌집막내아들

13. 올해의 영화: 없음

14. 올해의 음악: 하나님의 그늘 아래

15. 올해의 성장: 공동육아어린이집 커뮤니티 참석

16. 올해의 취미: 농사

17. 올해의 자랑: 봄,가을 농사해본 사람

18. 올해의 사진: 가족사진

19. 올해의 영상: 없음

20. 올해의 나에게: 수고많았어! 


1/2


[한국의 발효홍차]


작년 12월 29일(목)부터 친정집에서 놀고 있다. 여수 돌산에 위치한 키즈펜션에서 하루밤을 묵고 30일에는 해돋이를 미리 봤다. 31일에는 교회도 가고 여수,순천,광양에 있는 신상 카페 위주로 투어를 했다. 그중에 순천에 카페 티퍼니가 있는데 여기에서 산 티백이 아주 예술이었다. 하동에는 쌍계명차랑 연우제다와 같이 굵직한 차기업이 있다.

도재명차라는 곳은 처음 들어봤는데 유자홍차를 맛보곤 내가 알던 쌉싸름한 홍차맛이 아니었다. 홍차랑 녹차의 중간맛이라고 하면 될까. 그러니까 녹차의 고소하고 구수한 맛과 홍차의 수색만 닮았다. 오늘도 굳이 티퍼니에 가서 사장님께 물어보니 그냥 홍차가 아니라 발효홍차라고 했다. 도재명차에서는 차만 팔지 않고 에어비앤비로 숙박업도 하고 있었다.

나보다 실행력이 빠른 셋째동생이 도재명차 숙박을 일사천리로 아무 고민없이 예약했다. 2023년에는 하동에서 올해 5월에 세계차엑스포를 하는데 17곳 중에 한 곳이 도재명차라고 했다.

한살림에 납품도 하고 도재명차 대표님이 홍차 명인이라는 점도 발견했다. 명인이 만들어서 더 맛있었던 걸까. 하동에서 노는 일정은 끝이 아니다. 정약용의 차사랑도 극진했다고 들어서 강진에도 내려온 김에 간다. 계획없이 왔는데 엄청 돌아다닐 예정이다. 맛있는 차를 마시러 다니면서 인사이트를 얻게 될까. 무엇이든지 얻고 싶다.


1/4


[백운차실]


집 떠난지 1주일이다. 오늘은 여수에서 1시간 반을 달려 강진에 왔다. 도시 규모가 작아서 아이랑 갈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겨울을 맞은 월출산은 제법 웅장했다. 북한산이나 청계산이랑 다른 얼굴이다. 월출산국립공원 근처 백운차실에서 차를 마시며 아이는 그림을 그렸다.

KTX매거진에서 보곤 강진이 무척 궁금했다. 이한영 차문화원이라는 곳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상표인 ‘백운옥판차’(녹차), 발효차(떡차, 홍차, 청차) 등을 판다.

떡차를 먹었는데 부드럽게 마실 수 있었다. 강진도 보성 못지 않게 곳곳에 차밭이 가득하다. 태평양이 가지고 있는 차 재배지 중 가장 오래된 강진다원도 있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차나무도 꼭 한번 키워보고 싶다.



1/6


[어쩌면 우리]


여동생은 중학교 교사라서 방학 기간이다. 나는 아이 어린이집 겨울방학이라 시기가 잘 맞아서 침정집에 내려온 것도 있다. 아이를 생각하면 여동생과 같이 있는 게 좋지만 스타일이 서로 달라서 조금 버겁다. 빨리 우리집에 가고 싶다. 다행이 여동생이 약속이 있어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와 거의 머물렀다.

오늘은 친정엄마가 일하는 곳에 잠깐 데려다주곤 아이와 푹 쉬었다. 아이가 키즈카페와 동물농장에 가자고 했지만 다음에 가자고 말했다. 아이가 다행히 잘 따라줬고 미세먼지가 많아서 근처 놀이터에만 갔다.

동생이 약속을 마치곤 집에 와서 내일 오전 7시 30분에 나가야 한다고 말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요양병원에 계신 이모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일정은 광주 갈 요량으로 끼워넣은 건데 영 별로다.  나는 이모할머니와 딱히 유대관계도 없는데 왜 가야 하는질 모르겠다. 전엔 잘 보이지 않았던 타인을 대하는 동생의 낯선 모습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껄끄럽다. 결혼도 나와 다른 성향과 했는데 가족 구성원이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발견했다. 당분간 친정집에 오는 일이 줄어들 것 같다.


1/10


[자유시간]


서울 집으로 돌아왔다. 친정집에서는 매일 밤 8~9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서울에 오니까 잠이 안온다. 기차를 타기 전까지 엄마가 일하는 곳에 데려다주곤 잠깐 아이와 티비를 봤다. 점심을 먹곤 다시 엄마를 데리러 갔다. 데리러 간 김에 근처 카페에서 쿠키랑 음료를 마셨다. 그렇게 집으로 와선 기차 시간을 기다렸다. 3시간이 지나 서울역에 내렸다. 내일은 밀린 일을 처리하며 아이 하원까지 기다릴 듯하다.


1/11


[차의 세계]


회사를 다녔던 에너지가 차마시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느림보 거북이처럼 아이 등원을 마치곤 다도 세트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강진 백운차실에서 개완으로 마셨던 게 좋았던 터라 그것부터 인터넷을 뒤졌다. 찻잔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종류가 너무 많다.

동생이 사용했던 부부티하우스에서 파는 개완이 예뻐서 일단 주문했다. 다도세트도 주문했고 백학제다 특우전(햇녹차)까지 차마실 준비를 부지런히 했다. 그러고나니 하루가 다갔다. 갑자기 나는 왜 또 차에 관심이 가는 걸까. 명확한 이유가 내 안에서 정리되지 않지만 지금은 차에 관심이 많아졌다.


1/12


[머무름]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기분이다. 가까운 서촌을 나갈 계획이었는데 일정 취소로 집에만 머물렀다. 이것저것 치워야 할 게 눈에 보인다. 집을 한번 뒤집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리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 이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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