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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Dec 24. 2022

[5문장쓰기]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

22.12.20~24 #실수 #폭설 #크리스마스이브

즐겁고 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메리크리스마스~!


12/20


[설레발 금지]


아침부터 카오스다. 아이에게 줄 초코 시리얼 병을 꺼내 들다가 바닥에 다 쏟았다. 어제 내가 열고 제대로 뚜껑을 닫지 않았다는 걸 까먹었다. 시리얼을 버리긴 아까웠지만 고양이 털과 머리카락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버렸다. 늦게 등원을 마치고 오르막길에 주차한 차를 빼다가 죽을 뻔했다. 주차한 오른쪽 경사의 얼음 때문에 차바퀴가 헛돌았다. 전면주차한다고 애초에 이상하게 주차해서 차의 오른쪽이 벽에 곧 받을 기세다. 남편에게 연락해 상황 설명하고 1단 기어를 넣고 후진도 해보고 시동을 껐다 켰다. 후진이 먹어서 빠져나가는 찰나에 빨간 경차가 나를 못 보고 꽤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내가 드라이브를 밟고 차를 뺐으면 사고다. 가구 회수하러 간 곳은 비밀번호와 마스터키가 먹질 않아서 기사님이 철수했다. 다음 주에 다시 가야 한다. 하루의 시작이 무섭게 사나웠다.


눈이와도 나가는 나들이

12/21


[눈오니까 나가야지]

눈이 많이 와서 걷고 버스타서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이는 많이 힘들었는지 연거푸 물을 마셨다. 폭설 때문에 어린이집에 바깥나들이가 없는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아이가 힘들었는지 아무 곳에나 철퍼덕 앉길래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런 나의 마음과 무색하게 어린이집 아이들은 눈밭으로 뒹굴러 나갔다. 패딩바지와 장갑, 외투는 눈과 먼지범벅이 되겠다. 털바지가 아니라 패딩바지를 더 구비해야겠다. 5살 아이 손에 잘 맞는 방수장갑도 아직 못찾았는데…오늘 저녁엔 부지런히 빨래를 해야할 판이다.


12/23


[다시 에스프레소 머신이 생겼다]


남편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시 샀다.  사이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됐고, ‘맛있는 커피 세상에 있긴 한지  모르겠다. 손님들은 맛있는 커피가 있다고 그곳에 찾아와주지 않는 듯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맛있는 커피가  많다.  사이에서 남편이 만드는 커피는 무슨 의미일까. 맛있는  도대체 무엇일까. 맛있는  그걸 나누는 사람(관계) 있는 건가. 새로 기계를 장만하고 남편이 만든 바닐라라떼가  생각날  같다고  손님의 한마디 때문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12/24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큰 형님댁에 놀러갔다. 그래서 혼자다. 점심엔 떡국을 끓여먹고 남은 국물에 저녁으로 만둣국을 먹었다. 땡스카본에서 선물받은 <쿨미> 골든퀸(품종)으로 지은 밥까지 든든하게 챙겨먹었다. 12월은 요가 선생님이 긴 여행을 떠나서 운동도 빠지고, 그 자리에 식욕이 늘었다. 작년 성탄절에는 친구와 같이 보냈는데, 이번엔 주말이라 챙기질 못했다. 이제 서울에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 30일(금)에는 고향 여수로 여행을 떠나려 한다. 해돋이 보러 가기 때문인지 기차표가 거의 매진이라 첫 기차를 타고 아이와 떠날 계획이다. 그곳에 가면 동생이 마련해둔 키즈펜션에서 하루를 묵고 아이의 긴 겨울방학을 보내고 다시 돌아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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