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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May 17. 2023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나이만 먹은 거 같을 때

오랫만에 북저널리즘 뉴스레터를 읽었다. 틱톡 천만뷰 시니어인플루언서를 키우는 더뉴그레이 권정현 대표의 인터뷰에서 인사이트가 컸다.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키우고 있어서 더 관심이 갔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천만뷰를 만들어낸 사람의 머릿속이 궁금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그가 직장인에서 창업을 선택한 순간, 그 찰나가 멋졌다. 


/ 내 나이가 그렇다


대기업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인턴이었던 권정현 대표는 해외 패션 디렉터 닉 우스터의 사진 1장을 보고 패션콘텐츠기업 더뉴그레이를 시작했다고 밝힌다. 창업은 사진 1장으로도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물론 인터뷰라서 극적인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사진 1장 때문이었다고 퉁(?)치는 걸 수도 있다. 에디터는 내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사장을 꿈꾸는데 이런 한 문장에 마음이 혹해서 이렇게 2차 가공된 텍스트를 남기지 않는가. 


나이가 들어감에 대해 이제 40세가 된 나는 고민하고 있다. 점점 주변에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많아지는데 마흔, 불혹이라고 하던데 그 나이가 이렇게 애매할 지 몰랐다. 하긴 나는 늘 아는 게 없다. 특출나고 뾰족하게 잘하는 것도 자꾸 사회에서 도태되는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뒷방 늙은이가 되어간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뉴그레이 시니어인플루언서 이렇게 나이먹고 싶다

내 나이의 불확실성 앞에 갈피를 못잡고 있다가 시니어 인플루언서 아저씨즈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들어도 괜찮다는 실낱 같은 희망 때문인지 괜히 찾아보게 되더라. 요즘 시니어 모델이 뜨는 분위기인데, 여긴 모델보다 인플루언서에 집중한 것도 매력적이었다. 


시니어들도 자기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 시니어 모델 열풍이 불면서 이에 대한 환상도 커졌다. 하지만 지금의 시니어 모델 시장은 경쟁이 심하고 대체되기 쉬운 상황이다. 젊은 사람들은 모델보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하는 추세다. 밀라논나, 박막례 할머니, 순자 엄마 등 시니어 인플루언서들이 있지만 기획과 편집은 젊은 사람들이 한다.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사진·영상 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 나이가 들수록 더 잦아지는 현타


숏컷을 했을 때는 한달에 한번씩 미용실에 갔다. 조금만 머리카락이 길어도 그게 그렇게 싫었다. 약간 단발머리로 가려고 하니까 미용실 가는 횟수가 줄었다. 인터뷰에서 옷을 바꾸는 것만으로 굉장한 자신을 얻는 모습을 매번 확인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고보니 요즘 나는 옷도 대충 입고 있다. 


손에 걸리는 걸로 골라입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반팔을 꺼냈다. 티셔츠에 강아지 그림 라인이 흐려졌길래 검은색 가구 기스났을 때 매직으로 칠했던 것처럼 내가 옷에다 그러고 있더라. 현타가 왔다. 내가 옷에 뭘하고 있는거지? 사실 이렇게 옷에다 낙서를 할 수 있는 것도 남들이 별로 나라는 존재를 거의 신경쓰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약간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졌다. 티셔츠 한장 다시 사지 못할만큼 나는 현재 가난한 상태인가 싶었으니까 말이다. 


사회적인 현타는 나이가 들수록 더 자주 찾아온다. 어리고 젊고 시간이 풍성한 친구들 앞에서 작아지고, 점점 나는 사회에서 설 자리가 좁아지는데 그들은 날개를 펼치며 더 위로 올라가는 기분이 들 때 망연자실하게 어두운 지하에서 한줄기 빛이 보이는 저 곳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사실 꽤 비참하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건 나이를 계속 먹어도 마찬가지란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매번 경험할 때마다 괴롭다. 


요즘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정의내리기가 어렵다. 돈되지 않는 일만 하고 있단 생각은 떨치기 힘들다.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는 날도 많아졌다.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로 돈을 벌었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현실을 인정하기까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글과 관련된 일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망설여진다. 나이도 많이 먹어버렸고 나보다 더 잘할 젋은 친구들(?)이 있을 테니 다른 종류의 일을 찾고 있다. 찾아보는 그 일들이 부귀영화를 가져다주진 않는다. 정말 겨우 풀칠할 정도의 푼돈을 제공하는 노동이 나를 마음 아프게 한다. 



/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존재 


인터뷰에서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냐고 에디터가 질문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다.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무엇일까. 갑자기 셋째동생은 콘텐츠창작자가 좋다면서 선생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나 역시 내 글을 쓰고 싶다며 2008년 가장 안정적인 첫 직장을 박차고 나와서 현실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나도 내 이야기를 흔적처럼 남기고 있다. 당장 지금은 돈과 관련된 것에 빠져 있다. 빠지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돈이 필요하다. 여전히 사회초년생에 해당하는 월급(?)을 받고 있어서 더 그렇다. 돈에 너무 매몰되니까 사람이 과도하게 피폐해져 간다. 이상하게 외곩수가 되는 느낌도 있다. 빠르게 지치는 면도 있다. 돈버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에너지를 뺏긴다. 


네이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의 첫 발걸음, 인정받는 징표처럼 이야기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집중하고 있는데 마음적으로 과도하게 힘이 든다. 부동산 공부가 필요해서 하고 있지만 이렇게 한다고 내가 관련 전문가가 되는 게 맞나 싶은 의구심이 떠오른다. 부동산 관련 공부해서 그 다음 스텝이 내겐 없다. 


나는 잡다하게 티소믈리에와 마크로비오틱 이런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인간이데, 블로그에서 돈되는 주제라고 해서 방향성을 잡았다가 헛발을 짚은 건가 싶기도 하다. 경제비즈니스 1위 인플루언서라는 이의 강의를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배운 대로 따라 간다고...


/ 아무것도 이룬 게 없고 

여전히 방황하는 지금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 아이는 계속 자라가는데 내 경제적능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겨우 200만원이라는 숫자론 아이 하나를 키우기가 어렵다. 부수입을 늘리고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의지가 없는건지 꽤나 무기력하다. 200만원을 벌기 위해서 나는 하루에 8시간을 지불하는데 삶을 영위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래서 풀무원녹즙 아르바이트라도 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면서 기웃거리고 있다. 사실 기웃거리기만 하고 더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집 근처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볼까 고민하고 있다. 아이 등하원을 시켜야 하는데 왕복 1시간 거리도 내겐 짐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면 150만원 밖에 벌지 못한다. 아이 교육비와 집 대출금을 빼면 생활이 안된다. 


종종 아이는 이사가고 싶다는 이야길 하는데,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들어줄 경제적 능력이 내겐 없다. 현재가 싫지만 이것도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 내년이면 주택대출 관련해서 신혼부부 기간이 끝난다.월 170만원 이상 대출금을 낼 여력이 당장 보이질 않는다. 


위를 보면 하늘이 열려 있으니 길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그런 종교적인 이야기들도 다 힘겹게만 들리는 걸까. 현실이 가혹하다. 또 도망가고 싶다. 돈을 버는 일도 즐겁지 않고 그나마 텃밭으로 도피할 때만 잠깐 숨을 돌린다. 텃밭도 생각보다 들어가는 추가비용이 많아서 마냥 즐거운 취미활동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오늘 마크로비오틱 관련 자격증 시험을 보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가르쳐준 선생님이 자격증비용 10만원 보내라고 하는데 일수하는 아저씨가 돈을 뜯어가는 느낌이다. 마음 상태가 불편한데 자격증 시험을 보는 게 맞나 시험 보는 당일까지 그 일을 고민할 줄 몰랐다. 시험은 시험이니까 27개 중에 2개는 너무 한 거 아닌가. 빨리 끝나길 바랄뿐이다. 이 시간도 모두 지나갈 테니까 나지 않는 힘을 억지로 쥐어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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