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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애니 Jul 15. 2023

복통을 느낄만큼 익숙해지지 않는 일

공동육아어린이집 종일아마 6번째 참여

아침부터 잘 아프지 않은 배가 아팠다. 배변활동이 규칙적인 나에게 오랫만에 느껴보는 복통이었다. 이 복통의 원인은 공동육아어린이집 아마(부모)활동이다. 왜? 그 활동이 어떠해서 그런단 말인가. 사실 나는 공동육아어린이집 아마로 1년 4개월에 접어들었다. 작년 한 해는 멋모르고 다녀서 정신이 없었고 올해는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이룬 해라서 요령껏 한다.


사실 종일아마는 작년에도 3번을 해냈고 올해도 3번을 해야 한다. 돌아보면 작년에는 공동육아어린이집도 처음이었고, 회사에도 적응 중이었고, 텃밭농사도 시작할 정도로 온통 처음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반면 올해는 회사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크게 변화가 별로 없는 시작이었다.


하지만 올해에도 작년의 나처럼 새로 들어온 부모들과 아이들이 있고 환경의 소소하게 달라짐이 있다. 상반기에는 내 아이가 있는 반에서 부모활동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내 아이가 5살인 반이면 3-4살 반에서만 아마활동이 가능했단 말이다. 하반기부터는 달라진다고 했지만 내겐 적용되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퇴밍아웃


분명 내게도 아이가 3-4살이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6살이 되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기억하기 싫은 건 아닌데 몸은 기억하지만 특정한 어떤 순간들만 떠오를 뿐이다. 그래서 한 번 출산을 하고 다음 출산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건 인류의 신비 뭐 이렇게도 쓸 수 있겠다.


장마답게 비가 내렸고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터전)에 도착했다. 열감기 때문에 이번주에만 3일을 빠졌던 아이 곁에 나는 있었다. 오늘 가니 노냥이 말고도 많은 아이들이 열이 올랐다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한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회사가 좀 자유로운 가봐요?"

-(약간의 머뭇거림) 아, 7월에 정리했어요.

"아 그 때 타이밍을 맞춰서 노냥이가 아팠구나."


그렇게 나는 의도치않게 퇴밍아웃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퇴사했다는 이야길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이를 이곳에 보내는 것과 삶이 이분법처럼 나눠져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를 지키기 위한 스스로 고안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원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을 오픈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발이 달렸는지 대부분 부모들도 나와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다 알고 있는 상황을 경험한다. 몇 번 겪고 나니 익숙하지만 불쾌함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내 이야길 이곳에서 하지 않게 된다.


내 이야길 오픈한다고 관심을 가져달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몰라도 이곳을 다니는 게 그닥 불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로 방패막을 삼고 그것만 이야기해도 충분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오전 일정


비가 오는 날에는 어린이집에서 나들이를 가지 못한다. 매번 아마활동에 참여했을 때 실내놀이를 한 적이 없었다. 자꾸 시계를 보게 됐다. 빨리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집에 열감기가 유행인지 7명의 어린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5명만 있었다. 속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한쪽에서는 찰흙놀이, 풍선놀이, 책읽기가 시간의 나열과 전혀 상관없이 동시에 시작됐다. 어느 정도 노니까 드디어 점심 먹을 시간이 됐다. 코로나 전에는 교사방에서 따로 먹었다. 코로나가 풀리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약간 밥을 먹는지 이게 무엇인지 카오스상태였다.


나는 아이들과 밥먹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내 밥도 먹어야 했고 아이들의 입에도 떠먹여줘야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갔다. 분명 지난 4월에는 밥이 맛없었는데 그 사이에 내 입맛이 변한 걸까. 오늘은 정말 맛있었다.


낮잠 자고 오후 일정


매번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아이들의 낮잠 시간에 이야기를 들려줘야 한다. 어린이집에 있는 책 1권을 챙겨서 읽었다. 어떤 아이들은 편하게 잠들었고 다른 아이는 잠투정을 심하게 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절대 내가 할 수 없는 자질이란 걸 발견했다. 미리 선긋고 도망가는 것 같지만 보육교사의 일이 내게 에너지를 주는 건 아니란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린 친구들은 생각보다 쉽게 잠들었다. 잠깐 아이들이 자는 틈을 타서 일지를 작성하러 1층 공용공간으로 나왔다. 한없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doing의 내가 아닌 being의 나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 아이들은 오후 3시가 넘어서 날씨 때문인지 각자 이불 위에서 한참을 뒹굴거렸다.


오늘의 간식은 물냉면이었다. 점심 때 먹은 묵은지랑 같이 먹으니까 비오는 날에 꿀맛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4월에 먹은 밥과 7월에 먹은 밥은 정말 달랐다. 오후 4시에는 통합놀이가 진행된다. 나와 만날 그 시간을 기다린 아이와 상봉했다. 아이는 내 옆에 있다가 다른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간혹 때리는 일이 발생하니 유심히 혹은 무심히 아이의 놀이 주변을 눈으로 뒤쫓았다.


종일아마 활동 후


간만에 좌식생활 탓일까. 허리가 아팠다. 비가 와서일까. 아마 활동 중에 정말 간절히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서 아쉽지만 1차에서 떨어졌다고 문자가 왔다. 이제 시작이다. 비 내리는 날씨만큼 앞으로 어느 길로 들어서고 가야 하는지 마구 흔들렸다. 동시에 퇴사한 회사에서 퇴직금과 연차수당이 입금됐다. 돈을 받으니 이걸로 몇 개월을 버틸 수 있을지 견적이 나왔다.


요즘 내게 가장 큰 고민은 먹고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느냐가 가장 크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상태는 아니다. 에너지를 주는 일로 돈을 벌고 싶다. 오래 하려면 길게 봐야 한다. 다시 구해야 하는 일은 그렇다치고 계속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다.


당장은 퇴직금이나 기타 비용으로 부벼볼만 한데 제한된 기간 안에 무언가 결정이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곳이 나왔으면 싶다. 그게 아니라면 창업을 선택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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