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니 Oct 05. 2022

아이와 함께 가을농사 5주차

농사도 같이 해야 더 즐겁더라고요.

벌써 아이와 함께 5주차에 접어든 가을농사네요. 엄마인 저는 매주 농장가서 작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정말 좋은데요. 왕복 2~3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즐겁게 소풍, 여행 떠나는 것처럼 매주 챙기고 있습니다. 토요일에도 늦잠을 자지 못하는 대신 간식거리 싸고 정신없지만 그래도 즐겁네요.

저와 같은 어른들이 흙만지는 즐거움에 빠져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9시 땅스농장의 자기 밭으로 모여듭니다. 저번주는 공동육아어린이집 하반기 대청소 일정이 있어서 일요일 오전에 찾아갔어요. 저희만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농사도 같이 해야 더 즐겁더라고요.


싱싱한 허브가 왔어요 

허브와 쌈채소, 수확작물(배추,무)를 심었는데요. 매주 갈 때마다 소소한 재미는 허브와 쌈채소에서 있습니다. 이번주는 저번주보다 훨씬 허브류도 쑥쑥 크고 있거든요.

날이 좋아서 사람들이 산과 들로 나가듯이 가을농사도 정점으로 치닫는 기분이랄까요. 마트 가면 하도 비싸서 손이 가지 못하는 로메인상추와 깻잎, 왕겨자잎도 수확했습니다.

주말농장 덕분에 아이와 함께 목살을 구워 몇일 째 채소와 쌈싸먹는 중이에요. 아이의 생태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 시작해본 일인데, 아직 5살인 노냥이에겐 밭이 그닥 재미있는 장소는 아닌가봐요.

어느 순간 엄마인 저만 밭에 남아있고 아빠랑 밭 근처 계곡에서 한참 놀더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뭐 그래도 엄마는 밭을 돌봅니다.

3인 가족이 먹기엔 딱 알맞은 양으로, 루꼴라와 바질, 스피아민트를 수확했습니다. 생바질은 보관이 쉽지 않아서 바질페스토를 만들었어요. 바질은 냉해에 약한데 냉장고에 넣었더니 검은 반점이 올라오더라고요. 봄의 루꼴라와 달리 가을 루꼴라는 어린잎 수준이네요. 그래서 바질페스토에 첨가해서 갈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이 집에서 바질페스토도 만들어 먹던데, 그닥 어려운 요리(?)는 아니더군요. 바질과 루꼴라 잎을 넣고 올리브유와 잣, 소금을 넣어 갈면 끝입니다! 생각보다 저희 밭에 모종 2개로 심었던 스피아민트가 쑥쑥 자랐어요. 허브차로 말려 먹으려니 밍밍한 맛일테니,

에센스스틱처럼 천연방향제를 만들어봤어요. 일명 스머지스틱이요! 허브와 꽃잎을 잘 말려서 인센스 스틱처럼 태우는 거예요. 거칠게 스피아민트를 돌돌 말아서 볕이 제일 좋은 곳에 말리고 있습니다. 다만 풍성한 스머지스틱 만들려면, 제가 수확한 스피아민트론 어림도 없네요. 더 많이 필요하겠어요!




금보다 귀한 가을배추와 무


이번 가을농사에서는 배추보다 무가 훨씬 잘 자라고 있습니다. 성장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깜짝 놀라요. 배추는 벌레들이 하도 먹어서 구멍이 송송 난 얘들도 있는데, 무는 괜찮아요. 올해 배춧값이 금값이라는데, 과연 저는 금을 캐어 갈 수 있을까요? 

배추와 저예요! 무농약이기 때문에, 벌레와 함께 배추도 자라고 있습니다. 자라고 있는 거 맞겠죠? 벌레 먹은 잎을 자꾸 보니까 몰래(?) 천연 비료라도 뿌려주고 싶더군요. 


저 배추로 김치(?) 담글 수 있는 게 맞을까요? 의문 투성인 배추 키우기! 같이 농사짓는 날에 안가면 질문에 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다음엔 제 시간에 갈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떨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응요밭 시즌2 가을농사 전체뷰! 자주색 국화는 저번주에 좀 솎아줬는데 딱히 자란 느낌이 없습니다. 분명 자라긴 했을 텐데...다음주에 얘는 또 어떤 변화를 보여줄런지 기대되네요.


바질 따는 재미가 쏠쏠해요. 작은 모종이었는데, 노지에 심으니 어떤 보답이라도 하듯이 잎이 제법 커요. 바질잎을 수확할 때마다 여린잎이 똑똑하고 떨어질 때마다 묘한 희열이 있습니다. 희열과 동시에 향긋한 그 향이 어찌나 좋은지요. 


처음 바질을 심고 수확했던 날, 짜파게티에 넣어 먹었습니다. 그날 수확한 바질잎을 모조리 넣어서 프리미엄한 비건자장면 버전을 맛보았죠. 


뒤늦게 바질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그래서 토마토바질 마리네이드랑 바질페스토를 시도해봤는데요. 바질은 정말 은혜네요! 다음에도 계속 농사를 이어간다면, 바질을 좀 더 많이 심을 계획입니다! 역시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잘 먹고 활용도가 높은 식물 선호도가 점점 올라가네요. 


친구에게 바질 사진을 보여줬는데, 무척 아름답다고 했어요. 직접 보면 더 아름다워요. 저희밭에 놀러오세요!


저번주 주말농장은 청계산곤드레밥집에서 뱃심 두둑하게 밥먹고, 신나게 밭정리(잡초 뽑고 수확하고)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청계산 근처라서 농장 근처에는 맛집이 많아요. 가까운 지인들을 초대해 밭놀이(?)도 하고 함께 이 좋은 경험을 나누고 싶네요. 


작가의 이전글 아이와 함께 흙 이야기 술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