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저림 #4
"재정적으로 식당을 떠받치는 것이 인터넷 리뷰라면 물리적으로 식당을 떠받드는 것은 직원들의 손목이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상처와 별개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부위가 손목이다. 이 손목으로 칼질을 하고 웍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접시를 나른다. 전완근은 주방에서 가장 많이 혹사당하는 근육이다. 우리는 대개 잊고 지내지만 노동의 가장 중요한 도구는 언제나 근육이었다."
(어떤 동사의 멸종, 242쪽)
물리적으로 에어컨 청소를 떠받드는 것은 부사수의 관절이다. 사수인 팀장은 성수기에 단물을 뽑기 위해 초보를 고용한다. 올해 팀장의 성수기에 뽑힌 건 나였다. 나는 에어컨 청소 현장이 필요했고, 팀장은 그런 내가 필요했다.
<어떤 동사의 멸종>에 나오는 뷔페 현장 그러니까 요리하다 파트에서 그가 묘사한 근육과 직원들의 손목에서 내 모습이 오버랩됐다. 동시에 이건 더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도 섰다. 화엄사에서 사찰음식을 한번 배워볼까 했는데 망설여졌다. 힘든 건 싫지만 몸의 고됨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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