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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싸는 욕구

밥 먹고 쉬는 시간도 돈 #3

by 김애니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는 극심한 변비가 사망 원인 중 하나였다. 인간사의 얼마나 많은 비극이 제때 화장실에 가지 못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면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어떤 동사의 멸종, 312쪽)


누군가 등 떠밀어서 시작하지 않았던 청소. 먹고살아야 했던 절박함이 만든 찰나. 지금 내 나이에 이렇게라도 일을 시켜줘서, 돈을 벌 수 있는 그 자체로 처음에는 감사했고 고마웠다. 그리고 기뻤다. 하지만 어떤 일이나 장단점이 존재하고 익숙해질 때 즈음에 그 업의 단점이 망원경으로 부각되듯이 크게 보였다.


에어컨 청소업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먹고 싸는 욕구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일단 왜 먹는 게 문제가 되느냐. 에어컨 청소는 성수기가 정해진 일이다. 성수기에 번 돈으로 비성수기를 버티거나 다른 업을 하다가 다시 이 일로 돌아가는 구조다. 분위기상 업의 성수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2~3개월에 번 돈으로 나머지 10개월을 살아내야 한다. 그걸 아는 팀장들은 성수기에 점심을 거의 먹고 싶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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