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심리치료전공 직장인 대학원생이 과제를 모아서 한 권의 책 쓰기(09)
<상담이론과 실제> 수업 과제를 구실로 연재하는 아홉 번째 글이다.
이 주제로 학기를 마칠 때까지 총 10편의 글을 써서 공개할 계획이다.
실은 아홉 번째 주제는 가족치료였으나,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내밀한 정보까지 포함하여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 학기에 발제한 마음챙김에 근거를 둔 심리치료를 주제로 열 번째 글을 올리려 한다.
#9. 수업을 마치고
이 수업을 수강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이론과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무엇인지 기술하시오.
다양한 이론을 스스로 적용하며 생각하는 모든 시간이 유익하고 즐거웠지만, 가장 흥미로웠던 이론을 굳이 하나만 꼽자면 인지치료라 하겠습니다. 엘리스와 벡의 이론은 자격증 시험공부를 위해서 자주 접하고 일상적으로도 인용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동적 사고와 핵심 신념을 당연히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과제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려고 자세를 잡고 보니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사건과 자동적 사고 그리고 뒤미처 따라오는 감정을 쉽게 쓰다가 다시 지우고 가만가만 짚어보길 반복했습니다.
제출한 과제에서는 불안과 화를 유발하는 역기능적인 신념의 정체를 당위라고 뭉뚱그렸습니다. 가령,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데, ‘탁월한 수행을 보여서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라는 자신에 대한 당위와 ‘나와 대화할 때 집중해야만 한다’라는 타인에 대한 당위를 확인하기에 그쳤습니다. 이후로 혼자서 또 배우자와 함께 궁리한 결과, 죽음에 대한 신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즉, 지금-여기에 집중하지 않고, 사는 동안 오지 않은 미래이자 통제할 수도 없는 죽음에 대한 일종의 예기불안에서 파생된 문제들이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오는 방학에 수용-전념치료(ACT) 집단상담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주인공 작업을 하게 된다면 이 문제를 수용하고 이를 통해 어떤 일에 전념할 수 있을는지 기대됩니다.
입학하기 전에는 우리 대학원이 대상관계이론으로 알려진 데다가 REBT를 강조하는 대학원이 따로 있기에 인지치료를 상대적으로 가벼이 또는 비판적으로 다루리란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통합해서 적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인지치료 방법을 스스로 적용한 경험은 상담자로서 숙달해야 할 정확한 사례개념화에 특히 유용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