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결핍이 만든 가장 능동적인 일탈
좋아한다고 생각한 게 있다. 남들처럼 해 보려고 하기도 했고, 어느 누구에게는 취미라고 말하고 다녔다. 여행. 과연 여행은 취미가 될 수 있을까.
요 근래 나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돌아다녔다. 그 행위에는 가족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으며, 혼자 조용히 떠난 적도 있다. 답답함이 싫어 어디든 떠났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이동하는 동안 나는 늘 공상에 잠겼다.
떠나면 조금은 덜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답답함은 줄어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쌓여 갔다. 낯선 풍경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같은 얼굴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 앞에서, 낯선 동네에서 나는 다시 낯익은 내 소개를 꺼낸다.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낯익은 내가 싫어 이곳에 왔으면서도, 결국 나는 그 답답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주절거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답답하게 만들던 그것들이 타인과 연결되는 순간이 된다.
짧은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와 그날의 대화를 곱씹는다. 지겹던 사회생활, 답답한 나의 현재, 그리고 그것을 대변하듯 따라다니는 나의 작은 월세방 이야기까지. 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그것들을 꽤나 신나게도 털어놓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모두가 비슷한 짐을 품고 여행을 떠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여행이란, 흩어져 있던 각자의 답답함이 낯선 동네에 잠시 모여,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한 잔 술처럼 섞여 흘러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분명 떠나기 전, 나의 여행은 하얀 눈밭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일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는 이미 누군가 남긴 발자취를 따라 걷고 있었고,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특별하길 바랐지만 지극히 평범했고, 지겹다 말하던 나의 일상의 궤도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당신에게 묻는다. 여행은 취미일까, 아니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한 일상의 연장일까. 적어도 나에게 여행은, 떠나기 위한 이유라기보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시간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