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카운트다운
타임스퀘어에 모인 몇 만 명의 인파가 동시에 10부터 1까지 카운트 다운을 하고 있다. 꽃가루가 뉴욕 타임스퀘어를 덮고 프랭크 시나트라의 ‘뉴욕 뉴욕’이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내 앞에선 연인들이 영원을 약속하는 키스를 하고 있다.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소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대한민국에 보신각 타종행사가 있는 것처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볼드랍 행사가 있다. 볼드랍은 1904년 뉴욕 타임스 회사가 본사 이전을 기념하며 시작한 새해 불꽃놀이로, 100년이 넘은 전통 있는 행사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가사처럼 볼드랍에 참가할 용기는 ‘당신에게 달려있다(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볼드랍 행사를 즐기는 방법은 ‘돈빵’과 ‘몸빵’ 두 가지로 나뉜다. 몸빵을 선택한다면 수행과 같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침 10시부터 볼드랍이 시작되는 자정까지 꼼작 없이 들어간 그 자리에서 지키며 나갔다 돌아올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우스갯소리겠지만, 기저귀를 차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할 정도다. 그날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11시쯤 타임스퀘어 앞자리에 착석해 자정까지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20대 초반의 치기였다.
두 번째는 ‘돈빵’이다. 고생할 필요 없이 호텔 창가에서 볼드랍이 보이는 호텔을 예약하고 샴페인까지 곁들이는 것이다. ‘메리어트 마르퀴스 호텔’이 볼드랍 관람 명당으로 유명하다. ‘메리어트’라는 브랜드 파워에 홀려 이거다! 라며 클릭하려는 순간 $2,000라는 숫자 앞에 눈물을 흘리며 숙박 예약창을 닫는다.
요즘은 절충안으로 ‘볼드랍 패스’를 판매한다. 타임스퀘어 주변의 바, 클럽, 음식점 등에서 볼드랍을 볼 수 있게 하는 티켓을 파는 것이다. 단, 위치나 포함 내역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서 손품이 필수다.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볼드랍 행사를 본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1월 1일이 되면 타임스퀘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행복이 가득해진다. ‘잠들지 않는 도시’, ‘빅애플’ 등 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뉴욕은 그만큼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도시다.
그런 뉴욕에서 12월 31일과 새해를 맞이한다는 것은 마치 세계의 중심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과 같았다. It's up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