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세부
무더운 필리핀에서 평생을 자란 필리피노 가이드는 겨울에 눈 내리는 것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2018년 필리핀 세부를 아빠와 함께 여행했다. 아버지의 첫 해외여행인 만큼 최선을 다해 편안한 여행 일정을 짰다. 아빠는 호핑투어를 가장 하고 싶어 했다.
쾌적한 호핑 투어를 위해 '프리미엄' 호핑 투어를 예약했고, 인당 100달러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 큰 방카(필리핀 배)에는 우리 가족 2명만 탑승했고, 스태프는 총 5명이 탑승했다.
선장, 조리사, 스쿠버다이버 2명, 그리고 가이드 모두 필리핀 사람이었다.
큰 배에 우리 가족 두 명만 있기 때문에 다들 우리를 어려워했다. 그중 현지 가이드는 자신의 역할을 다해 살갑게 우리들을 잘 대해주었다.
가이드는 손님 앞에서 수영을 하면 안 되는 룰 같은 게 있었는지 내리쬐는 무더위에 우리 눈치를 보고 있더라. 나는 계속해서 괜찮으니 바닷가에 수영을 같이하자 이야기했는데, 그는 계속 괜찮다고 하더라.
호핑 투어 막바지에 우리와 가이드는 사진도 같이 찍고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가족은 컴플레인을 안 할 것이라는 신뢰를 했는지, 나와 함께 푸른 필리핀 바다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이 끝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필리핀의 환상적인 날씨를 경험한 나는 세부에 사는 가이드가 부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이드는 씩 웃으면서 '나는 평생 눈을 본 적이 없다. 인생에서 눈 한번 보는 게 소원이다.'라는 말을 했다. 마치 한국에 사는 네가 부럽고, 해외여행을 할 자유가 있는 게 부럽다는 뉘앙스로.
우리는 항상 타인의 삶 또는 상황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는 모른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삶을 뽐내며 SNS에 도배를 하는 누군가도, 누구나 다 아는 재력가도 다 그들만의 고민과 고충이 있고 또 그들은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사실.
또 그 누군가도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있다는 점. 어쩌면 가장 큰 만족감을 느끼는 방법은 현재의 삶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