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알브레히트 뒤러_ 기도하는 손, 1508

by 전애희


1755923857170.jpg 알브레히트 뒤러_ 기도하는 손, 1508 종이에 드로잉

손의 이야기

'신이시여, 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십시오.' 온 마음을 담아 두 손이 이야기한다. 펄떡이는 심장에서 시작된 찌릿한 마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끝까지 달려가 뜨거운 가슴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간절함은 온 힘을 다해 거슬러 올라가 마음과 정신을 하나로 만든다.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18)의 <기도하는 손>은 옷소매부터 시작해 손목과 손을 연결하고, 손등의 핏줄부터 손가락 마디까지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화가의 정성이 담겨서일까?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내 마음이 동하며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기도했지?

나는 지금 무얼 간절히 바랄까?

내가 기도를 한다면 누구를 위해 기도할까?

이런 생각과 함께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의 이야기

어버이날 즈음부터 아빠의 다리가 붓고 불편함이 생겼다. 다리의 붓기는 점점 더 심해졌고 걷는 것도 힘들어졌다. 가족들에게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고 지내던 중 피부 발진까지 생기자 지인의 조언대로 약재를 사러 시장을 향했다. 바삐 움직이다 여러 차례 넘어지셨다. 알려준 대로 찾아간 곳에는 약재상이 없었다. 반대로 잘 못 갔던 것이다. 겨우겨우 약재상을 찾아 약재를 사 온 다음 날, 아빠는 지인에게 치료를 받겠다며 충청북도로 향했다. 엄마에게 치료받고 오겠다는 문자만 남긴 아빠는 병원이 아닌 지인의 집에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제가 낫게 해 주겠습니다.' 지인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고 3개월간 침과 뜸으로 치료를 했다.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해야 한다며 매일 운동을 했고, 다음 날이면 부은 다리에 주삿바늘을 꽂아 물을 뺐다. 생식이 좋다고 하여, 식사 때마다 밥 대신에 불린 현미를 씹어 먹었다.

아빠의 이야기에 '정말 이런 일이!' 하며 한탄만 나왔다.

우여곡절 속에 아빠를 병원에 모시게 됐다. 사진으로 먼저 만난 아빠의 모습은 3개월간의 아빠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힘들어서 깎지 못한 수염은 조선시대 사람을 연상하게 하고, 홀쭉해진 얼굴과 뼈만 남은 몸, 여기저기 붉게 올라온 피부색에 마음이 아팠다. 고모네로 가고 싶다는 아빠의 말에 강릉으로 향했다. 강릉에 있는 대학병원 예약이 되어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다른 과로 다시 예약을 해서 진료를 받아야 했다. 9월 이후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남동생은 동탄으로 아빠를 모셨다. 간호사로 일을 했던 올케가 아빠를 모시기로 했다. 다행히도 류마티스 전문병원이 가까이 있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피검사 결과 '영양실조' 상태였다. 의사는 대학병원으로 가보라 권유했다.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아도 바로 진료받기가 쉽지 않기에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입원이 쉬운 병원을 수소문해 아빠를 모시고 갔다. 하지만 입원은 거절당하고 또다시 대학병원에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 문을 나섰다. 다행인 건 매일 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아빠 얼굴에 살이 붙고, 혈색이 돌았다. 살갗이 딱 달라붙어있던 손 등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침과 주삿바늘로 붉어져있던 피부들이 가라앉았다. 빠른 날짜로 전대 병원 예약이 되어 광주로 향했다.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집 근처 큰 병원을 찾았다. 입원의 희망을 가지고 갔으나, 또 퇴짜를 맞은 아빠는 결국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밥의 힘일까? 집이 주는 편안함 때문일까? 가족에게 돌아온 지 2주 만에 영양상태가 좋아졌고, 한결 편안해 보였다. 여름휴가로 친정식구 모두 동해바다에서 만나 서로의 건강을 살피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놀았다. 오롯이 우리 가족만 함께 한 여행에 처음 동행한 아빠도 환한 웃음을 보이며 즐거워했다.

여행 중 아빠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지인이 정말 자신을 낫게 해 줄 거라는 믿음과 혼자서는 집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웠던 아빠는 지인이 하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해가 뜨면 '오늘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밤이 되면 '오늘은 살았구나!'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다고 한다. 집이 천국이란다.

나의 기도

현재 조직 검사 결과 양호 판정을 받았고, 골수 검사 결과만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 나는 아빠를 위해 기도한다.

골수 검사 결과도 양호이길,

다리가 붓는 이유를 빨리 찾아내서 치료받길,

걸음마를 편하게 할 수 있길,

아빠가 종교 속에서 얻는 기쁨만큼 가족과 함께 하는 기쁨도 느끼길,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길,

일상 속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길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불과 한 달 전 <기도하는 손> 그림을 마주했다면 난 다른 기도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간절했던 손은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너그러운 손으로 변했다. 내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진 듯하다. 이렇게 글에 마음을 담는 순간이 감사하다.

오늘 밤에는 '감사합니다.'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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