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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애희 Jul 04. 2024

박수근_꽃신,1962

증조할머니의 추억

어릴 적 시골에 가면 흰 고무신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중에 증조할머니의 고무신은 비녀처럼 예쁘게 생겼었다. 어린 손주들은 넓적한 고무신, 뾰족한 고무신 가리지 않고 커다란 고무신을 신고 흙마당을 쓸고 다녔다. 예쁜 고무신을 신고 다녔던 증조할머니는 정말 꼬부랑 할머니셨다. 서서 계실 때면 언제나 'ㄱ'로  허리를 펴지 못하셨다. 젊은 시절 얼마나 일을 많이 하셨을까? 이제 와서야 증조할머니의 삶의 무게를 생각해 보는 증손녀다. 가로로 긴 대청마루를 두고 정면에는 큰 방이 오른쪽에는 증조할머니 방이 있었다. 증조할머니 방은 우리 삼 남매들의 아지트였고, 작당모의 장소기도 했다. 한 번은 여동생과 남동생이 문고리를 잠그고 둘이 몰래 증조할머니의 담배를 피웠다. 그 사건은 나한테 딱 걸렸고, 나는 내가 엄마인 양 동생들을 혼냈었다. 증조할머니는 할머니에게는 시집살이 엄청 시킨 시어머니였지만, 우리 엄마에게는 따뜻한 시할머니였다. 홍시를 좋아하던 엄마의 취향을 알고 챙겨주셨다. 내가 중학생 무렵 증조할머니가 아프셨다. 엄마는 할머니 몸을 씻겼다. 뼈 밖에 안 남은 몸을 이리저리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그리고 난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자랐다.

#박수근 #꽃신 #그림에세이 #그림보며글쓰기
#증조할머니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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