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하는 방법

천경자_ 비 개인 뒤, 1962

by 전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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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와의 전쟁

30도를 웃도는 아침 기온에 깜짝 놀랐다. 습도 72%, 후덥지근하다. 밤새 일한 선풍기들은 꺼두고, 주방용 작은 선풍기를 켜 잠시 더위를 식히며 아이들 등교까지 마쳤다. 오늘은 초미세먼지까지 나쁘다. 후. 한숨을 들이켜 내뱉었다. 평소였으면 잠깐 환기시킨 후 외부와 차단시켰겠을 미세먼지 수치지만 온 집안 창은 열려있다. 더위, 무더위의 승리다. 내 몸에 땀구멍도 활짝 열렸는지 땀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어제 아침에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밥도 먹고, 건강제품도 다 챙겨 먹었는데 몸이 푹 꺼지는듯하다고. 다행히 간호사였던 올케와 통화를 한 엄마는 먼저 혈압을 쟀다. 저혈압이 나왔고 올케의 조언대로 다리를 높이 올리고 누워있었더니 괜찮아졌다고 했다. 병원에 갔더니 더위 때문일 수도 있다며 추가 검사를 권유했다고 한다. 매일 무심코 넘겼던 안전 안내 문자가 떠올랐다. 아침에는 폭염경보, 오후에는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물 마시기, 그늘에서 휴식 취하기 등 건강관리 방법도 안내되었다. 폭염에 따른 화재예방 행동 요령까지 그야말로 더위와의 전쟁이다.


뒤적뒤적 날씨 뉴스를 찾아보았다. 지난 3일 기상청은 제주와 남부 지방의 장마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을 했다. 남부는 단 13일짜리 장마로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로 기록됐고, 짧아진 장마만큼 길어진 폭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에 '아!'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제 오후 동네 언니들과 주고받은 말들이 떠올랐다. 일본과 중국에 정체되어 있는 장마전선 영향으로 습식 사우나처럼 습기를 머금고 후덥지근한 상태라고 했다. 난 사우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수도권과 서해는 사우나 더위, 남부와 내륙은 사막 더위, 동해안은 열대야 더위. 한 나라 안에서 서로 다른 더위와 상대해야 하다니!


(잠깐 자료도 찾고 글을 쓰다가 시계를 봤다. 아뿔싸! 서두르자!)


어딜 가도 날씨

공원 주변을 걷다가 올해 첫 매미 소리를 들었다. 너무 빠른 거 아냐? 혼자 중얼거리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늘 아래에 옹기종기 핀 보라색 꽃들도 내 어깨처럼 축 처져있었다. 양산 아래 작은 그늘에 감사히 여기며 신호 대기 중 지나가는 할머니 삼총사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렸다. "옥수수를 놔두면 펑펑 팝콘처럼 튀겨지겠어." 할머니 한 분 이야기에 모두 맞장구치셨다. 할머니들의 대화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에는 극장에서 먹던 팝콘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튀겨지는 상상으로 가득 찼다. 잠시 더위를 잊고 미소 지었다. 다음 날 도슨트(전시해설)를 하기 위해 미술관에 갔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미술관으로 피서 온 시민분들이 꽤 계셨다. 소파에 나란히 앉으시던 할아버지 두 분이 지난밤 내린 소나기가 반가웠다며 요즘 비가 안 와서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셨다. 집에 오는 길 운전 중인 차 안에 클래식 채널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과 음악이 흘러나왔다. 어딜 가도 날씨 이야기였다.


900_1751765902944.jpg 천경자_ 비 개인 뒤, 1962


더위를 피하는 방법

라디오 DJ가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라며 다산 정약용이 지은 시를 읊어주었다. 조선시대의 여름은 몇 도였을까? 그때도 여름은 많이 더웠겠지? 호기심에 정약용의 「소서 팔사(消暑八事)」를 찾아보았다. 꽤나 고상하면서도 한적한 느낌의 피서법이었다.


「소서 팔사(消暑八事)」

송단호시(松壇弧矢),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 활쏘기

괴음추천(槐陰鞦遷),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 타기

허각투호(虛閣投壺), 텅 빈 정자에서 투호놀이하기

청점혁기(淸簟奕棋), 서늘한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서지상하(西池賞荷),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동림 철선(東林廳蟬), 동쪽 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우일사운(雨日射韻),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월야탁족(月夜濯足),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씻기


부채 하나로 더위를 이겨냈을 우리 선조들의 피서법 「소서 팔사」를 내 삶 속에서 찾아보았다. 일상 속에서 더위를 물리칠 방법이 생각보다 많이 떠올랐다.


우선 관공서에 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즐기기

카페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며 책 읽기

여름 과일과 얼음 동동 띄운 과일 화채 먹기

남편 오기를 기다렸다 함께 맥주 마시기

시원한 자연의 소리 BGM(배경음악) 틀어놓기

비 오는 날 비 흠뻑 맞으며 물웅덩이에서 참방거리기

달밤에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 선풍기 바람 쐬기

수건에 감싼 아이스팩 겨드랑이에 끼고 자기

외출 시 삼총사(양산, 선글라스, 손수건) 챙기기

그리고 내 마음을 식혀줄 작품 감상하기


천경자 화백의 <비 개인 뒤, 1962> 작품을 보며 피터팬처럼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아이들이 펼쳐놓은 알록달록 우산, 비 소식에 신이 난 꽃, 빗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팅커벨처럼 빛이 나는 우산을 쓴 여인이 등장해 내 마음속 열기를 식혀주었다. 제목처럼 한바탕 소나기가 내려 뜨거워진 지구를 식혀주었어 좋겠다. 점점 심해지는 더위지만 우리는 이 또한 극복하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한 에어컨과 선풍기들에게 휴식시간을 주었다.




지구온난화 노래.

https://youtu.be/lTx6fmzm0Bo?si=6WQWWUtc2BCVgk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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