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상상해 보세요.

마르크 샤갈_마술피리의 기억, 1976

by 전애희
900_1752619473660.jpg 마르크 샤갈_마술피리의 기억, 1976 113.5 ×194.8 cm


마음껏 상상해 보세요.


따스한 바람이 일렁인다.

바람의 속도에 맞춰 저녁노을이 춤을 춘다.


어슴푸레 은방울 소리가 들려올 때

마술피리의 기억이 하얀 날갯짓을 하며 고개를 내민다.


파파게노, 잠시 당신의 새장을 빌리겠소.


그리운 고향 비텝스크의 기억

하시딤 공동체 사람들의 기억

사랑했던 벨라에 대한 기억

오페라를 즐기던 기억


샤갈 손에 들린 새장은

마술피리의 기억을 담아본다.


오선지 위에 세상을 담았던 모차르트에게

따스한 포옹과 붉고 푸른 꽃다발을 한 아름 건넨다.

<마술피리의 기억을 보고, 자작시, 2025>



지난 6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마르크 샤갈 특별전 : Beyond Time(시간을 넘어서)의 <마술피리의 기억, 1976> 작품을 보았다. 커다란 작품은 저녁 하늘을 은은하게 물들이는 노을 같았다. 1887년에 태어난 샤갈이 90세에 그린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하루 중 해가 지는 저녁시간은 인생 그래프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와 연결되며 '기억'이라는 단어와 조우했다.


<마술피리의 기억>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영감을 받아 샤갈의 감정과 기억이 어우러져 표현된 작품이다. 샤갈은 이 작품을 그리기 10여 년 전 <마술피리> 오페라 무대와 의상을 직접 디자인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더 가까운 그림을 그리며 현실과 비현실이 담아냈다.


샤갈이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마음껏 상상해 보세요.'


113.5 ×194.8 cm 사이즈의 큰 작품 속에는 오페라 속 등장인물, 악기, 선율과 함께 오페라를 보는 관객, 기억 속의 사람들, 고향 마을 비텝스크, 사랑하는 벨라까지 허투루 그린 게 하나 없이 중요한 기억들이 담겼다. 샤갈의 기억을 모두 품고 넓고 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파파게노일까?' 새처럼 날개가 달린 사람의 머리맡에서 그의 머리를 감싸 안고 있는 사람을 보며 아이를 다독거리는 엄마, 지친 연인을 안아주는 모습들이 떠올렸다. 사람을 향한 샤갈의 마음일까? 강남 갔다 돌아온 흥부네 제비처럼 샤갈의 고향으로 향하는 바이올린의 비행은 그 누구도 말리지 못할 굳은 결심이 느껴졌다. 삶과 죽음 앞에서 서로를 보지 못하는 벨라와 마르크 샤갈은 곧 오선 위에 걸쳐진 해와 달처럼 만나게 될까?


하나하나 살펴보며 나의 기억에 샤갈의 기억을 얹으며, 미소 지어본다.


900_SE-c509abff-4111-11f0-9c2a-f950f0de59f1.jpg
900_20250604_160025.jpg
900_20250604_160107.jpg

#그림보며글쓰기 #끄적끄적 #마르크샤갈 #샤갈 #마술피리의기억 #상상 #자작시 #살롱드까뮤 #마더로그 #함께글쓰기 #글쓰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있음을 알아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