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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Feb 28. 2022

도시재생지원센터를 관두고 남긴 기록

두 번째 이야기, 11개월 간의 도시재생지원센터 근무 후기.

  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2015년 3월, 블로그를 개설했다. 배운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기록을 해나갔다. (비록 잘 나눠드리지 못했지만.) 


  처음엔 사회적기업 '공부'로 시작했으나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놀이'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사회적기업에 대한 얕은 지식과 경험이 쌓여 '일'도 하게 되었다.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여전히 잘 나눠드리지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 나눠드릴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잘 쓰면 자연스레 잘 나눠지겠지만 내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하므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쓴 글 중 X글이 많지만, 그중 몇 개는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다 싶은 글들이 있기에 그 글들을 브런치에 옮기기로 했다. (맞춤법 교정 및 문단, 단어 수정 有)


  글 선별 기준은 내 생각과 내 취향이다. 내 생각과 내 취향에 대해 큰 자신은 없기에, 소박하게 '브런치를 활용하여 글을 나누자!'라는 목적만 달성하고자 한다. 


  내 글을 읽은 당신이 이런 생각만 하지 않기를.


  '에이, 시간 낭비만 했네.'






[제목]

사회적경제조직 중간지원조직에서 일을 하며 느꼈던 것들



[작성]

2020년 3월 10일 19:30



[내용]

2019년 2월 ~ 12월까지 대구북구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근무했다.


정리를 하고 나아가는 타입이다. 이제 나아가기 위해 11개월의 근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정리는 'ㄱ ~ ㅎ'까지, 생각했던 것들을 짧게 적어본다. (주저리주저리 또 길어지겠지만...)  




ㄱ. 기대


기대를 갖고 도시재생지원센터에 들어왔다.


내가 가진 기대는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통해 사회적경제조직으로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가까이서 보며 돕고 싶다.'였다.


이런 기대를 가진 이유는 나도 가까운 미래에 주민들과 사회적경제조직을 할 것인데 어떻게 하는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대는 충족되었을까?


나는 산격동 도시재생사업으로 연암서당골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 만들어진 협동조합이 카페 연암, 연암 마을 목공소 등으로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이정도면 만족한다.



ㄴ. 나


'나의 역할은 무엇인가?' (초기)

'나는 여기서 잘 하고 있는걸까?' (중기)

'나는 필요한 존재일까?' (말기)


일을 하면서 고민했다.


초기에는 '팀장'이라는 역할에 대해서

중기에는 '산격동 담당'이라는 역할에 대해서

말기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 고민했다. 


팀이 없는데 '팀장'이라는 직함과 역할은 필요없다,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할 수 있는데 '산격동 담당'은 필요없다, 다 할 수 있는데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든다.


간접 지원을 하는, 훈수만 두는 '도시재생지원센터'보다는 직접 행동하는 '도시재생 활동가(가제)'가 필요하다.


주민들 중에 '도시재생 활동가'를 뽑아서 지자체에서 직접 고용해서 월급도 주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내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굳이 옆에서 보조하는 사람, 조직을 둘 필요가 없다.


내가 잘못해서 그런가?



ㄷ. 도시


왜 '도시'재생인가? '시골'재생, '마을'재생은 어떨까?


도시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활동의 중심이 되는 장소,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나오는데 시골과 마을은 도시와는 좀 동 떨어진 개념처럼 느껴진다.


시골은 '도시에서 떨어진 지역, 주로 도시보다 인구수가 적은 곳'으로 마을은 '주로 시골에서, 여러 집이 사는 곳'으로 개념이 잡혀있기 때문이다.


시골과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도시재생'을 보면 접하면 무슨 생각이 들까? 소외감이 들지 않을까? 세금은 같이 내고 있는데 왜 '도시'에만 재생을 할까?


도시재생사업이 하는 일을 보면 굳이 '도시'에만 필요한 것도 아니며 굳이 '도시'라는 이름을 쓸 필요도 없다.

 

굳이 '도시'재생이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ㄹ. 로또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면 집값과 땅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로또 맞은 것처럼?)


도시재생사업 관련 포스팅을 하다보면 부동산 관련 블로거들이 이웃을 신청하거나 부동산 관련 글들이 연결될 때가 있다.


연결성이 있긴 있다.


도시재생을 통해 마을에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도로가 정비되는 등 환경이 좋아지면 집값, 땅값이 뛸 수도 있다. (나는 도시재생사업지에 선정된 집도 땅도 없어서 잘 모른다.)


집값과 땅값이 오르는 건 도시재생사업의 목적이 절대 아니다. 부수적인 효과일뿐. 집값, 땅값 오르는 것. 자신들에게 물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의 도시재생사업은 잘 되기 힘들다.


잘 될 리가 있을까? 잘 되어서도 안된다. 점검이 필요하다.



ㅁ. 마음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사업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해야한다.


왜? 


그럼 누가 해야하는가?


지자체? 도시재생지원센터?


나라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은 예산과 기한이 정해져있다. 예산과 기한이 소진되면 지자체와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사업에 손을 뗀다. (손을 떼도 관심과 신경은 쓰겠지만)


그곳에서의 도시재생사업은 끝나도 도시재생은 계속 된다. 계속 되어야 한다. 계속 되지 못하면 세금 낭비였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소중한 세금을 낭비해서 되겠는가.


도시재생이 계속 되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처음에 '마음'을 잘 만들어야 한다. 


사람 마음 만들기, 사람 마음 잡기, 사람 마음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 알 것이다.


참 어려운 일이었다.



ㅂ. 방법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내가 담당했던 산격동의 2019년은 도시재생사업이 마무리되는 해였고 나는 2019년 2월에 일을 시작했다. 


성공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은 무엇일까?'


산격동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목표, 청사진을 알아야 이것을 달성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알 수 없었다.


흘러가는대로 흘러가는... 나도 그냥 떠내려가버렸다.  



위 내용은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며 만들었던 대구 북구 도시재생사업 '연암 서당골 여행'의 비전 체계도이다.


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건강한 문화 마을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주민 공동체성 회복, 사회적&경제적 가치 창출은 무엇인지, 이 목표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주민들이 원하는 마을의 모습, 비전, 목표를 만들고 이러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측정하고 싶었다.


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ㅅ. 사업


나는 도시재생을 한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사업'을 했다.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재생보다 더 목적 지향적이고,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하는 차이가 있다.


'사업'은 어떠한 목적과 계획을 갖고 꾸준히 실행하는 일을 말한다. '사업'은 투입물(인적&물적 자원 등)이 있었다면 결과물(사회적&경제적 가치 등)이 나와줘야 한다.


나의 도시재생사업에는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목적(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건강 문화 마을)과 계획(5대 사업)이 있었고, 투입물(지자체 예산 및 도시재생 이해관계자들)과 결과물(카페 연암, 연암 마을 목공소 운영 및 이익 발생)이 있었다.


'목적이 선명했다면, 계획이 선명한 목적에서 나왔다면...사업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ㅇ. 예산


도시재생사업은 정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된다.


이 예산으로 도시재생사업지에 물리적 사업(눈에 보이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것), 프로그램 사업(물리적 사업 이외의 것들)이 진행되고 도시재생지원센터(인건비 등)도 운영된다.


예산은 효과적으로, 제대로 쓰였을까?


도시재생사업지에 대한 예산은 주민, 담당 지자체, 센터가 협의해서 집행된다.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운영비는 담당 지자체, 센터가 협의해서 집행된다.


나는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는 사업지에 적절한 사업비가 쓰이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인건비를 적절하게 받고, 일을 제대로 하는 센터가 운영비를 적절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은 효과적으로, 제대로 쓰였을까?


내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면 나는 다르게 썼을 것이다.



ㅈ. 주의


주의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든,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을 하든, 도시재생사업 관련해서 모든 일을 주의가 필요하다.


세금으로 진행되는 일들은 특히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일을 하는 사람들의 주의를 일깨워주는 사람들도 필요하고 그들의 주의도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엔 그것이 부족하다. 많이 부족하다. 주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야하고, 그들의 주의 속에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길 바란다.



ㅊ. 축하


무분별한 '개발'에서 벗어나 '재생'으로 나아가려는 힘이 커지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도시와 농촌, 마을의 집과 땅을 '투자', '투기'로 생각하는 사람들보다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개발'보다는 '재생'이 내가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ㅋ. 키


나의 역량은 얼마나 자랐을까.


도시재생사업 중간에 투입되어 산만하게 벌려진 일들을 수습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그래도 산격동 도시재생사업의 마무리를 함께 하며 주민들이 사회적경제 조직(연암서당골 협동조합)을 만들고, 사회적&경제적 가치(카페 연암, 연암 마을 목공소 운영)를 창출하는 것을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중간지원조직 직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일이 시작되고, 진행되고, 마무리되는구나.'   


알게 되었으니,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ㅌ. 투자


일을 하며 나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로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을 하는 건 핑계일까?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주민을 참 많이 만났다.


주민들도 생업이 있다보니 그들도 생업이 끝난 후 저녁에 시간을 낼 수 있었다.


나의 근무 시간은 근로 계약상 18:30 까지다.


대부분의 도시재생지원센터 직원들은 계약직이다. 그들에게는 주어지는 추가 수당은 거의 없다. 근로 시간 이후에 일을 해도, 근로 시간 이외에 일을 해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없다.


받을 수 있는 돈도 없는데, 퇴근 후 나를 위한 시간도 없다? 어떤 이유와 어떤 의미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일을 해야 하는가?


사회적경제조직 근로자의 근속 년수가 길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선이 필요하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개선을 할 것인가?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연대가 필요하다.


아주 그러하다.



ㅍ. 파이팅


오래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라 중간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래도 한 계절을 일할 수 있었던 건 주변 사람들의 '파이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당연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었고, 산격동 주민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언제나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혼자 산다고 먹을 것, 심지어 입을 것도 많이 챙겨주셨다.


우리는 '정'을 나눴고, '정'이 쌓였다.


일을 그만 두고 자주 찾아뵙지는 못하지만 카페 연암, 연암 마을 목공소, 주민분들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다들 함께 참 고생 많았다.


코로나 때문에 거기도 힘든 일이 많을 것 같다.


잘 이겨내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ㅎ. 후기


후기를 쓰는 시간은 언제나 좋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과 관련된 단어로 쓴 글을 보고 나도 그렇게 써보고 싶었다.


그래서 써봤다. 돌아보니 뿌듯하다.



이렇게 똑같은 화면으로 출발해서



빈센트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을 했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시간을 기다리며 마음을 다잡고 일을 했다.



매 순간 진심을 다해서 사람들과 일을 대하려고 했는데 잘했는지 모르겠다.




양심껏 최선을 다한 나에게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알잖아. 인생은 고(苦)야, 고(GO)."



이젠 변화를 주어야 할 때다.


이미 변화가 진행되었는데, 오늘은 계기로 더 열심히 해보련다.


당분간 도시재생에 대한 글은 없을 것이다.


'변화'에 집중할 것이다.


좋은 11개월이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근무 후기 끝.


.

.

.



답답할 때 보러 갔었던 귀여운 아이들. 잘 있는지 궁금하다. 항상 건강하렴. 이녀석들아.






예전 기록에 대한 한줄평.


"생소한 분야에서 최소한 받은 만큼 일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네, 고생 많았다!"






위 글과 더 많은 도시재생지원센터 근무 후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29/221847139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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