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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Apr 05. 2024

35 사회적기업! 이 꿈을 위해 폐업하고 재창업하겠어!

얘 또 이러네. 진짜 병이야, 병!


1


  "야, 사업은 잘 돼 가냐? 이번엔 사회적기업 되는 거냐?"


  "아... 음..."


  "왜? 뭐 문제 있어?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너 작년 11월에 사업자 내지 않았어?"


  "응. 맞아. 작년 11월에 냈었지. 근데 곧 폐업하려고."


  "뭐? 벌써? 너 작년에 지원금 받고 창업하지 않았어?"


  "지원금 받았지. 꼴랑 500만 원. 그걸 가지고 뭘 하냐. 뭐 쓸 것도 없더라."


  "그래도... 돈도 받았는데.... 이렇게 그만둬도 되는 거야? 1년 유지라든가, 이런 조항 없어?"


  "내가 벌써 다 알아봤지. 그런 것 없다. 정산도 다 끝났고. 계속해도 이걸로는 돈도 못 벌 것 같고. 그냥 폐업하려고."


  "뭐... 네 선택이니까 존중은 한다만... 폐업하고 뭐 하려고? 사회적기업가 되는 게 네 꿈 아니었어?"


  "맞지, 내 꿈. 사회적기업가. 그래서 폐업하고 또 도전하려고. 창업지원사업. 사회적경제 분야 예산 줄어서 굵직한 지원사업들이 몇 개 사라지긴 했지만, 찾아보니까 지자체에서 하는 것들이 또 많더라고. 이번에는 그거 해보려고."


  "근데 그냥 지금 있는 사업자로 계속하면 되지 왜 폐업하고 다시 하는 거야?"


 


2


  "네가 지원사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지원사업은 사업자가 없는 사람들한테 주는 혜택이 더 많아. 처음 사업 시작하는 사람들을 '예비창업자'라고 하는데 이들한테 주어지는 지원이 '초기창업자'나 '기존 창업자'들한테 주는 것보다 훨씬 커. 그리고 많이 뽑아서 경쟁률도 낮고. 나는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초짜들보다 훨씬 서류도 잘 쓰고... 아무래도 걔들보다 내가 될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까 폐업하고 예비창업자로 다시 돌아가려고."


  "아... 그렇구나. 폐업한 사람들이 지원하면 페널티나 이런 것 없어? 너무 불공평한 것 같은데..."


  "야,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 그리고 '재도전 패키지' 이런 것도 있다고. 폐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지원할 수 있는 사업. 신기하지? 물론 지원사업 공고문 보면 '공고일 기준으로 폐업한 기간이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지원할 수 없다.', '공고일 이후 폐업한 사람은 지원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이 있기도 하지만 다 방법이 있어. 가까운 사람들이랑 팀으로 지원해서 합격한 후 대표자를 나로 바꾸는 방법도 있고. 뭐 아무튼 다 방법이 있어. 그래서 난 폐업하고 예비창업자로 돌아가서 다시 창업지원사업에 도전할 거야. 이번에는 돈 많이 주는 지원사업으로 사회적기업 만들어 봐야지. 지난번 지원금은 너무 작았어. 500만 원이 뭐야. 그걸로 뭘 하라고."


  "너 그때 500만 원 주는 창업지원사업 합격했다고 엄청 좋아했잖아. 이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제부터 진짜 열심히 할 거라고 그랬..."

    

  "아! 그만. 그땐 그랬지. 해봤는데 안 되는 걸 어떡하냐. 나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그리고 법적으로도 문제없으니까 아무 상관없어. 그리고 내가 낸 세금, 우리 가족이 낸 세금으로 창업지원금 나오는 건데 내가 최대한 활용해야지. 안 그래?"



3


  "근데 그게 먹..."


   "튀! 나도 알아, 나 먹튀인 거. 먹고 튈 수도 있지. 뭐, 내가 불법을 저질렀어? 아니잖아. 그리고 먹어서 소화시키고 양분, 그래 결과물도 만들었어. 성과는 미비하지만. 그럼 된 거지. 뭐 더 있나?"


  "아... 그래. 네 말이 맞다.(얘 또 이러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진짜 병이야, 병!)"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나보다 더 심한 사람들 많아, 여기에! 난 양반이야. 아, 그리고 올해 지나면 만 39세 넘어서 이제 청년 대상 지원사업은 도전 못해. 이번에 나 꼭 큰 거 돼야 돼. 이번에는 진짜 열심히 잘해볼 거야. 이번엔 진짜야, 진짜. 그러니까 응원해 주라, 친구야. 줘라!"

     






약 15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꿈, 사회적기업가.


이루지 않는 것인지 이루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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