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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May 18. 2024

36 눈먼 돈을 좇는 사회적기업이 향한 곳

어? 이미 많이 와 있네! 한발 아니 몇 발 늦었네! 아, 내 돈!


1


  사회적기업에 다니고 있는 지인과 이야기를 하는 도중 지인의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통화 내용이 내게 들려왔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눈먼 돈들이 어디로 갔나 싶었는데 저기 있었구먼. 흐흐.'  




2


  "국장님, 아무래도 그 기계를 꼭 사야겠어요. 그때 말한 그 지원사업 서류 좀 써주세요."


  "아... 그렇습니까... 그 지원사업 서류 저도 확인했는데요, 기계 구입은 집행 불가던데요. 알고 계시나요?"


  "그 부분 저도 봤어요. 제가 알아보니까 임차로 서류 넣고 업자한테 이야기해서 그 돈으로 구입하는 걸로 하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 그렇게 한데요. 알잖아요. 그때처럼 또 그렇게 하면 됩니다. 업자는 내가 구할게요. 서류만 써주세요."


  "예... 그때처럼... 아... 그리고 이 사업은 지역 시민 5명 이상을 모아야 하는데... 우리가 사람이 있나요? 더군다나 대표님은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것도 내가 다 준비해 놨어요. 지인들한테 이미 이야기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다 해준다고 했어. '개인정보수집이용제공동의서'는 내가 받아줄 테니까 사업계획서 빨리 써줘요. 시간이 얼마 없어요."


  "그렇군요...  그런데요, 신청 관련 안내문 보니까... 지원사업 대표로 할 사람이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사업자 등록이나 단체 등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신다는 그분들 중에서 대표로 사업자등록이나 단체 등록을 할 사람도 정해졌나요? 이런 사실도 알고 있나요?"


  "아, 그런 것도 있었어요? 음... 이야기하면 되지 뭐, 걱정하지 마. 다 해줄 거야. 그리고 우선 되고 나서 나중에 계획 변경하면 되잖아. 사업자나 단체 등록 어렵다고 하거나 뭐 등록하기 쉬운 걸로 하나 만들어도 되고. 어렵지 않잖아, 중요한 것도 아니고. 우선 기계를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 사업계획서 빨리 씁시다." 


  "예... 그런데 어떤 사업... 혹시 생각하고 계신 것 있으세요...?"


  "국장님, 아이디어 없어요? 하하. 그 기계를 사야 하니까 그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풀어쓰면 되지 않겠어요? 국장님 잘 쓰잖아. 이때까지 쓴 것처럼 그런 식으로 써줘요. 그 기계가 꼭 필요하니가 그 기계를 임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업계획서를 써주세요. 아시겠죠?"


  "음... 저도 현재는 크게 아이디어가 없는데요... 그 공고문에 사업대상 제한 및 제외 내용을 보면... 기계를 임차한다거나... 재료비, 운영비 보전을 위한 단순 목적 지원은 지양해 달라고 나와 있어서요... 우리가 가능할까요... 시간도 촉박하고...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죄송하지만...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국장님답지 않게 왜 그래~ 자신 없어도 괜찮아요. 내가 알아보니까 경쟁률도 높지도 않아. 작년에는 미달 난 것 같던데.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농촌에서 이런 거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어? 안 그래? 편하게 써주세요. 작년에 된 사람들 내용 보니까 뭐 별 것도 없더구먼. 뻥뻥 빈칸 낸 사람들도 합격했다니까. 여기는 모집이 되지 않아서 안달 난 곳이야.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냥 써주세요. 알았죠? 주말 지나고 다음 주 초까지 써서 보내주세요. 한 번 같이 의논하고 제출합시다. 알겠죠?"


  "아... 음..."


  "대충 써도 된다니까. 내정자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다 내정된 것도 아니고, 내는 사람도 별로 없고. 그리고 나도 아는 사람 있어.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써요. 나 일 있어서 이만 끊습니다. 연락 주세요, 국장님."


  "네... 들어가세요..."   




3


  "괜찮아요?"


  "예... 괜찮아요... 매번 이런 식이라서...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뭘 계속 써달라고 하고... 사업계획서랑 예산대로 진행도 하지 않고... 결과보고서 쓸 때 돼서 나만 난감하고... 아... 진짜... 너무 힘들어요..."


  "진짜 힘들겠어요... 그런데 다니고 있는 회사 사회적기업 아니에요? 농촌 관련 사업도 하네요."


  "예... 사회적기업 맞아요... 우리는 돈 주는 지원사업이면 다 해요. 대표가 다 해달라고 해요. 사회적기업 쪽에 이제 돈이 안 풀리니까 농촌 관련 사업을 많이 하려고 해요. 이쪽에 돈이 풀리고 있거든요... 그리고 경쟁률도 낮고..."


  "아... 그렇군요. 사회적기업에서 도시재생... 그리고 이제는 농촌이군요... 이쪽으로 돈이 풀리는군요."


  "예... 제가 있어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아휴, 우리 회사는 지원금만 좇고 있어요. 그래서 힘들어요."


  "아이고... 힘내세요. 그리고 도움 필요하면 이야기하시고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업계획서 뭐 대충 써서 보내요. 대표도 아이디어 없고 어차피 경쟁률도 낮다는데... 너무 애쓰지 마요."


  "예... 그렇게 해볼게요. 다음에 봐요. 얼른 가서 뭐라도 써야겠어요."


  "네, 잘 가요, 다음에 봐요."

    

   지인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집에 가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내 컨설팅 분야에 농촌대활력플러스사업 및 농촌 관련 지원사업도 써야겠군. 어쩐지 사회적기업, 도시재생 이제 이쪽으로는 일이 들어오지 않더니... 농촌으로 돈이 풀리고 있었군. 나도 이쪽으로 전념해 봐야겠어. 아... 이쪽 분야는 생소한데... 또 뭐라고 말을 꾸며 내냐... 아... 먹고살기 힘들다...'









자, 함께 가세.

눈먼 돈이 풀리는 곳으로. 


자, 얼른 가세.

눈먼 돈이 다 사라지기 전에.


사회적기업, 도시재생...

이번엔 농촌일세!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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