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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아야 되는데, 그게 어렵다.

내가 판매를 잘하지 못하는 이유

by 최현규

눈이 온다.

새벽에 일어나 창밖의 시퍼런 배경에 내리는 눈을 보니,

괜한 감정을 갖는 생각이 올라온다.

어젯밤에 맥주를 먹지 않겠다는 다짐은 하루 만에 끝나고

맥주를 한잔 마셨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심란하다.


얼마 전, 카카오톡스토어 교육이 있었다.

해당 교육을 이수하면, 톡딜에 노출시켜 준다는 조건이었다.

보자마자 신청했고,

"톡딜 노출이면 하루에 최소한 50개는 팔리겠지?

아마 잘되면 천 개도 넘게 나갈 거야"

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주변에 친구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교육은 격주로 2회 진행되고,

이것을 수료하면 노출을 시켜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내 지인 2명과 나는 교육을 들었고,

어제 11일 오후 5시에 톡딜 노출이 되었다.


기대보다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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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배너로

나와 같이 강의를 들은 사람의 물건이 노출되었다.


배너는 카카오톡딜 최상단에 위치하긴 했지만,

그렇다 할 유입이나 판매가 없었다.

그림1.png

그날 밤늦게 누군가 교육 카톡방에 노출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노출이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자 그대로 나는 해석했고,

오지랖을 부려

제품이 노출이 되고 있다고 알려주었다.


저분은 왜 노출이 안된다고 생각했을까?

오후 5시에 오픈이 되었고,

12시면 최소한 하나라도 팔렸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 거다.

그러나, 단 하나도 팔리지 않음에,

노출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저분도 나처럼 많이 팔릴 거라는 기대를 한 것 같다.

그림2.png

같이 참여한 지인 중 한 명이

실망감을 가득 안고 연락이 왔다.

매번 알면서도 또 실망했다고,

그러면서, 본인의 사업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재미있느냐고,

나도 재미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업이라는 게

(사업이라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과 괴리감이 심해서

정이 가질 않는다고 해야 하나,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


왜 우리는 아니 나는 판매를 하지 못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던 주제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다.


제품이 좋으면 팔릴 거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누가 봐야 팔리겠지?

무인도에 상자에 금은보화를 담아놓고,

10만 원에 판다 가정하자,

누군가가 봐야 팔리겠지?

아무도 안 보니 안 팔리겠지?

그럼 당연히 노출이 되어야 하고,

노출이 되면, 소비자는 리뷰를 보고 구매하기에

리뷰가 있어야겠지?


자 그럼 여기서 생각해 보자,

처음에 아주 처음에 리뷰가 한 건도 없는

그러니까, 식당 앞에 아무도 없고 파리만 날리는데

들어갈 사람이 있는가?

아무도 안 들어가겠지

그럼 그 리뷰 하나를 받기 위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쿠팡에 올려놓고 리뷰 하나를 받기까지 나는 4개월이 걸렸다.

3개월간 팔리지 않았고, 누가 지인을 통해 제품을 소개받고 구매했다.

그분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봤다 왜 샀느냐고,

소개받아 구매했다 하여, 감사한마음에 제품 몇 개를 더 보내드렸고

그분도 감사한 마음에 리뷰를 썼다.


이런 순진한 방식은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하다가 굶어 죽는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제품을 무료로 공급해 주고 리뷰어를 모집하거나,

혹은 업체에 위탁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업체 즉 마케팅업체라 불리는 회사에서

여러 개의 계정을 보유한 상태로

가짜 리뷰를 생성한다.


쉽게 말하면,

1. 마케팅 업체의 계정 50개로 A업체의 물건을 구매한다.

2. A업체는 마케팅업체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빈 박스를 배송한다.

3. 송장번호를 입력하고, 시스템은 이를 실제 구매로 인식한다.

4. 마케팅 업체에서 건당 4,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리뷰를 작성해 준다.

이렇게 리뷰가 생성된다.


그럼 이 과정에 있어서 첫 번째로 구매가 발생하고,

두 번째로 리뷰가 생성되고,

세 번째로 많은 유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 플랫폼에서는 해당 아이템의 노출을 더 해주게 되고

이러면서 판매가 진행이 된다.


너는 왜 이걸 알면서도 하지 않느냐고?

나도 해봤다. 차마 저렇게 수수료를 주고, 빈 박스를 보내긴 싫었다.

지인을 통해서 구매를 해달라 요청하고, 리뷰를 부탁했다.


이런 과정이 싫다.

싫다기보다는 양심에 가책이 느껴진다.

혹은 내가 그만큼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판매가 일어나려면 필수적이라고 하는

이러한 마케팅적 행위가 싫을까?


그 고민을 많이 했다.

1) 나라는 사람은 애초에 판매와 맞지 않다.

2) 마케팅을 못하는 사람이다. (경험이 없다)

3) 그냥 핑계를 대는 사람이다.


오늘 드는 생각은

제품의 제조에 있어서,

판매가의 10-20%에 책정이 된다.

내가 만든 물건은 소비자가 2만 원에 산다고 가정하면 2천 원짜리다.

난 내 제품의 가치를 2만 원이라고 하는데,

실제 원가, 가치는 나 스스로

2천 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냐면, 내가 그 돈을 주고 만들었으니,

물론 원가는 제조원가 이외에 마케팅 비용, 택배 비용 등 각종 부대 비용이 포함되어

산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만 생각이 난다.


이것을 소비자에게 보여줄 때,

죄책감에 시달린다.

내가 사기 치는 것 같다.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은데, 뭔가 포장을 하여야 되고

그 포장을 위한 근거 (리뷰)는 내 지인이 작성한 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나는 판매를 못한다.


어제 심란했을 누군지도 모르는

노출이 안되었다고 걱정하던

그분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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