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배설물을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글이라는 것은 여러 목적과 여러 형태를 갖는다. 내가 쓰는 글은 단순히 배설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작성한다. 갑자기 배설하고 싶을 때가 있다. 무언가 생각이 많고 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때, 뭔가 정리가 되지 않았을 때, 또는 그냥 자랑하고 싶을 때 배설하는 것처럼 글을 쓴다.
원래 나의 브런치는 내 지인이 없었다. 한 명 두 명 지인이 알게 되면서 지인들이 이야기를 해준다. 뭘 봤는데 어떻다, 뭘 봤는데 네 생각이 그랬다며 이야기한다. 그들이 읽은 시점과 내가 쓴 시점은 큰 차이가 있다. 난 현재에 그 생각을 하지 않거나, 또는 바뀌었거나, 또는 까먹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관점에서는 어제 또는 방금 읽었기 때문에 지금 현재 행위라고 생각한다.
나는 양면적이다. 어느 날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나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보았다고 하면 싫다는 감정이 생긴다.
나는 남을 의식한다. 쓰는 행위를 통해 날 증명하고자 한다. 누군가가 보았다고 아는 척을 하니 쓰기 싫어졌다. 또는 원래 쓰기 싫었지만 그럴듯한 핑계가 생겼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작위적이다. 어디선가 보았던 구성이나, 문단의 형태를 내 것에 적용하여 그럴듯하게 보이고자 의도한다. 그렇기에 나는 작위적이다.
나는 비과학적이다. "위대한 멈춤"이라는 책에서 큰 시련에 부딪혔을 때, 누군가는 몇 년간 알지도 못할 해석되지도 않을 글을 작성했거나, 책을 계속 보았다거나, 그러한 시간 이후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도 성장하고 싶어 그것을 믿지만, 그렇다고 2년간 또는 하루 종일 또는 2시간 내내 글을 쓰진 않는다.
나는 꾸준하지 않다. 브런치에 독자수를 늘리는 법을 검색하고, 매일, 매주, 같은 요일마다 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하지 않는다. 굳이? 그냥 내가 좋아서 쓰는 건데?라고 자위 하는 것인지 또는 그게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꾸준하지 않은 것을 분명하다.
MBTI를 믿지만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믿고 싶을 때도 있다. 문득, 아 내가 J가 맞나? 요즘엔 계획을 세우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도 그 전과 바뀐 것 같았다. 이걸 믿는다는 게 나 스스로 창피했지만, 다시 확인해 보니
ENTP로 나왔다. J가 어느새 P로 바뀌었다. 바뀐 이유를 굳이 생각해 보자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었고, 그게 짜증이 났다. 싫어졌다. 황당했다. 그리고, 와이프는 굳이 계획을 세워대지 않는다. 굳이 스트레스를 만드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브런치에서 사업을 유희로 생각하는 ENTP라는 글을 봤다. 나는 그간 사업을 유희로 생각했다. 유희보다는 즐거움이라고 쓰는 게 조금 낫겠다.
사업을 누군가가 정의하길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것이 범죄의 범주안에 들어가는 행위라 할지라도 돈을 버는 것이 사업이다라고 정의하고, 누군가는 돈을 벌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입증시키는 것이 사업이라고 한다. 돈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후자가 더 돈을 벌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전자는 돈을 번다고 할지라도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였고, 그간 사업이라는 행위 자체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것을 여기에 쏟아내는 배출구 정도로 생각하고 글을 써댔다.
그러니까, 제발 좀 몇 개 읽었다고 날 다 아는 듯이 이야기하거나,
읽은 티를 안 내줬으면 좋겠다.
다시 말해, 온라인에 싸놓은 똥을 보고 해 집어 보며, 이건 육식동물일 거야, 이건 초식동물일 거야라는 따위의 생각자체를 하지 않길 바란다.
나는 나를 아직도 모르며, 여러분은 나를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