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척하면 척 Day 5

05. 나의 도수치료 체험기

by 척척박사

척하면 척 DAY 5

나의 도수치료 체험기


척추외과 의사로 20년간 살아온 베테랑 의사 닥터 전을 위해 딸내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녀가 환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척추 질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은 칼럼 ‘척하면 척’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한다.



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다. 아, 목구멍이 아니라 경추가. 고개 숙이고 공부 좀 할라치면 머리에 뭘 많이 넣기도 전에 목이 아파온 지 십 년 째다. 목이 아프고 머리도 띵하면 책상 앞에 꼭 붙어 열심히 공부해보자는 의지가 급격하게 흔들린다. 물도 한 잔 마시고 삼십 분 정도 낮잠 자고 공부해도 될 것 같은 느긋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험도 다 치고, 방학도 된 틈을 타 오랜만에 병원에 가봤다. 가자마자 받은 숙제는 MRI를 찍고 오라는 것. 머리에 꽂은 핀 빼는 걸 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했지만, 좁고 시끄러운 MRI 통 안에 들어가 우주 비행사는 절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무사히 십 분을 보냈다.



결과는 알 수 없게도 정상. 정상인데 목이 아픈 건 어째야 하는지 당황하고 있는 찰나에 두 번째 숙제를 받았다. 이번에는 도수 치료. 물리치료사 선생님은 마사지와 운동, 스트레칭으로 아픈 부위를 꼼꼼히 짚어주었다. 어느 부위가 안 좋아 어떤 자세를 어려워하는지, 그리고 평소에 스트레칭 할 때 어느 쪽을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는지도 열심히 들었다. 시원하고 개운하면서도 전문적인 지식을 들을 수 있어 여기가 물리 치료실인지 휴양지 선베드인지 약간 헷갈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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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슬펐던 점은 물리치료사 선생님에게 “평소에 운동 전혀 안 하시나 봐요”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쁜 시간을 쪼개 아침 6시 요가 수업에 갔던 나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신상 레깅스는 안 사는 게 났겟다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물론 치료 한 번 받았다고 십 년간 아팠던 내 모가지가 시치미를 뚝 떼고 감쪽같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맹렬했던 통증의 기세가 주춤한 건 확실히 느껴졌다. 아침 6시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났던 부지런함의 반만 떼서 도수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공부하기 싫어도 되는 이유를 다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목 안 아팠던 시절로 돌아가려면 내가 말한 ‘거기’를 ‘여기’라고 귀신 같이 알아채서 치료해주는 도수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것 같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열심히 익어가며 고개도 잘 숙이기 위해서 말이다.



닥터 전의 한 마디,
도수치료, 첫 술에 배부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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