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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Aug 16. 2023

습관 때문에 아픈 겁니다

김 만성 씨는 몇 년 전부터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 중소기업 제약 회사 영업부에 근무 중이다. 40대의 가장으로 5살 아들 쌍둥이를 키운다. 주말이면 근처에 기거하는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당뇨 합병증으로 3년전부터 혈액투석 중이다. 만성 씨는 최근에 고혈압과 당뇨 전단계를 진단받았다. 아버지가 당뇨가 있기 때문에 늘 염려하며 살았는데 그 순간이 온 것이다. 자신도 아버지와 같은 길을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는 자신의 질병이 아버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버지 때문일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은 현대인을 괴롭게 하는 질병이다. 이들 질병은 몇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완치가 불가능한 만성질환이다. 한번 진단 받으면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되며 나이가 증가할수록 위험이 높아진다. 개별 질환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비만하면 고지혈증이 발생하고, 뒤이어 고혈압, 당뇨가 뒤따라 온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60%가 만성 질병으로 인해 사망한다.이들 질환은 생활 습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들을 묶어 생활 습관병이라고 한다. 


생활 습관 병이란 ? 

눈을 뜨자마자 한 무심코 한 행동, 많이 먹는 습관,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하는 습관, 잠자는 습관, 술 먹는 습관, 움직이지 않는 습관, 심지어 앉아 있는 습관이 나를 병들게 한다. 


유전인가 가족력인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모두 중요하다. 유전이 각 질병의 발병에 기여하는 정도에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가는 특정 질병 및 개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먼저 유전인가 가족력인가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이 둘을 혼동해서 사용한다. 결국 발현되는 건 환자라는 이름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유전성 질환은 유전자나 염색체와 같은 유전에 관련된 인자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에 전달되는지가 질병의 발병을 결정짓는다. 유전성 질환의 대표적인 예는 다낭신이다. 투석을 하는 주요 원인 질환 중 고혈압 당뇨 사구체 질환 다음이다. 상염색체우성 유전병으로 가장 흔한 유전성 신질환이다. 부모 중 한쪽이 다낭신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에게 발현된 확률이 50%이다. 부모로부터 유전 형질을 물려받은 경우 나의 노력, 환경과 상관없이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한다. 만약 유전자 이상이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았다면 다낭신은 발생하지 않는다.


가족력은 유전자 이상이 아니다. 근친 가족 중 어떤 질병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경우 같은 질병을 진단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가족력은 흡연, 음주, 음식 등 생활 습관 등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피를 나눈 가족끼리는 일부 유전자를 공유하는 것 외에도 비슷한 생활 습관, 식습관, 주거 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3대에 걸친 직계 가족 또는 4촌 이내에 같은 질병을 가진 환자가 2명 이상일 때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유전적 소인이라고도 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치매, 암은 대표적인 가족력 질병이다. 고혈압의 발병에 가족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30~50% 사이이다. 부모가 정상일 때 자녀의 고혈압 발병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라면 30%, 양쪽 모두 고혈압이라면 50% 까지 증가한다. 형제자매가 고혈압일 경우에는 57% 로 높아진다. 고지혈증도 비슷하다. 일부 고지혈증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은 국민 500명에 1명 꼴로 발생하며 자녀에게 발병될 확률이 50%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당뇨는 다른 질병에 비해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 당뇨병 발병 위험의 30~70%는 가족의 유전적 요인에 기인한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 이고 부모 모두 당뇨병인 경우 자녀는 30~40%까지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 비만 역시 가족성향이 강하다. 부모 중 한쪽만 비만인 경우에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50%.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는 60~70%로 높다.


그러나 아버지는 억울하다. 모든 걸 아버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버지의 질병은 나이가 들어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질병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발병이 증가한다. 인체의 노화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적인 순리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그렇다. 부모의 질병이 나이가 들어서 진단받은 경우라면 가족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캐나다 라론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과 생활 습관병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10%, 환경적 요인 10%, 그리고 나머지 60%는 생활 방식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만성 씨의 경우 그의 질병의 시작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가족력이 한 몫한다. 하지만 가족력의 씨앗을 키운건 민성씨 자신이었다. 몸과 마음이 바쁜 만성 씨의 유일한 낙은 야식 그리고 밥 먹으면서 먹는 술이었다. 그마저도 없었더라면 삶은 너무나 메말랐을 것이다. 하지만 만성 씨의 스트레스 해소 습관들은 다시 만성 씨에게 화살로 되어 돌아왔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부모는 자에게 질병에 대한 유전 형질만 물려주는 건 아니다. 부모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함께 물려준다. 나도 모르게 부모의 생활 습관을 따라 하면서 부모의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만성 씨의 습관도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가족력을 물려받는다. 유전적 소인과 함께 가족 문화가 함께 대물림 된다. 하지만 질병이 발병한 데에는 자신의 나쁜 생활 습관이 촉매제가 된다. 유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예방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가족력은 예측과 예방을 모두 할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또한 그 둘을 분별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평온의 기도 중 / 라인홀트 니부어      


문제가 습관이라면 해결책도 습관이어야 한다. 가족을 바꿀 수는 없지만 습관은 바꿀 수 있다. 부모 탓을 하기 전에 자신의 습관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해결가능한 유일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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