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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Aug 19. 2023

게을러도 100% 성공하는 운동 습관 만들기

매년 실패하지만 다시 세우는 단골 새해 다짐은 단연코 운동이다. 직장인 529명을 대상으로 '새해 계획'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운동과 체력 관리가 64.1%로 1위를 차지했다. 10명 중 9명이 계획은 세웠지만 7명은 지키지 못했다. 나 역시 운동이 매해 성공하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 늘 시간이 없었고, 의지가 부족했으며 체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새해 계획에서 운동은 지워졌다. 나에게 운동은 더 이상 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이미 하고 있는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성공했던 방법을 환자들에게도 알려주고 있다. 환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살리고 환자를 움직이게 했던 게을러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운동 습관 만들기를 소개한다.


운동 습관을 처방합니다.


1. 운동복과 운동화 장만하기   

습관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체성이다. 작가라는 정체성이 매일 글을 쓰게 하고, 요리사는 날마다 음식을 만들게 한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가지면 매일 운동하게 된다. 정체성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옷은 정체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도구이다. 옷을 입는 즉시 그 사람을 그 위치로 데려다 놓는다. 병원에 오면 갈아입는 가운이 나를 의사로 만들고 스스로에게 의사라는 정체성을 심어준다. 병원에서는 평상시 덜렁대던 습관도 없다. 실수하지 않도록 긴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반대로 집에서는 소파에 누워 한 없이 게으르게 군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축 늘어진 목티를 입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절대적으로 운동만 할 수 있도록 운동복과 운동화를 장만하자. 홈 웨어를 입고도 운동은 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는 정체성을 만들 수 없다. 편한 옷만큼 몸과 마음도 늘어진다. 딱 봐도 오직 운동할 때만 입고 신을 수 없는 옷과 신발을 장만한다. 그 옷은 입는 즉시 ‘나,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준다.    


2.  2분만 한다.   

1시간씩이나 운동을 하려 하니깐 거부감이 드는 거다. 문턱이 낮아야 매일 할 수 있고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양치질을 매일, 그것도 매 끼니마다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치질하는 시간이 겨우 3분이기 때문이다. 양치질을 10분씩이나 하라고 했다면 전 세계인의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기 어려웠을 거다. 양치질도 3분이면 충분하듯 2분의 운동 효과는 대단하다. 아일랜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식사 후 60~90분 이내에 2~5분만 가볍게 걸어도 혈당치가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내려갔다. Sports Med 52, 1765-1787 (2022) 네이처 의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1~2분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걷거나 계단 올라가기 정도만 해도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50%,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0% 줄어들었다.  Nat med 28, 2521-2529 (2022). 2분만 한다는 것은 너무도 하기 쉬워서 하지 않을 방법이 없다. 데이비드 앨런은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에서 2분 규칙을 설명하며 "2분 이하로 하면 지금 그것을 하게 된다."라고 했다. 2분만 한다. 그래도 운동 한 건 맞으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2분을 성공했다면, 2분으로 시작해서 10분 만들기는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다.    


3. OO 한 이후에 하기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절대시간은 매일 하던 일에 붙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운동을 매일 평상시에 하던 어떤 일 뒤에 붙여야 한다. 자신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 건지, 아이가 학교 간 뒤에 할 건지, 점심시간에 밥 먹고 할 건지, 퇴근 후에 할 건지 구체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붙이다. 아침에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기로 했다면 눈을 뜨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복을 입는 순간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심기로 했으니 곧바로 운동 시작인 거다. 점심 식사 후 운동을 계획했다면 점심을 먹기 전부터 다음 행동에 대비를 한다. 식사 후 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면 식당으로 가기 전부터 편한 운동화를 신는다, 헬스장에 등록했다면 동료들에게 밥 먹고 헬스장에 갈 예정이라고 공표한다.  


4. 일단은 걷기부터 하면서 생각하기   

어떤 운동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운동 시작 시기를 지연시킨다. 일단은 걷기부터 시작한다. 걷기 운동도 잘만하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비효율적이라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걷기 조차 힘든 이들에게 뛰고 강도 높은 운동을 하라는 건 무리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걷기라도 하는 게 낫다. 동네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운동 종목이 떠오르면 그때 갈아타도 충분하다.


5. 매일 한다.   

운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매일 해야 한다. 운동을 이틀에 하루씩 하면 어떨까. 날마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과 운동한 날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의지가 넘치던 때에는 운동하는 날은 특별한 날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동이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운동하지 않은 날만 기다린다. 편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운동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운동하지 않는 날을 기준으로 삼는다. 일주일에 3번 했던 운동은 2번으로, 결국 주 1회, 끝내는 0회로. 운동하지 않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매일 운동을 하면 매일이 똑같다. 어쩌다 운동을 안 했을 때는 편안함 대신 찜찜함이 느껴진다. 매일 하니까 매일 하게 된다. 매일 반복하는 일이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횟수가 중요하다. 매일 밥 먹는 것처럼 매일 운동하기.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어떻게 매일 하냐고? 앞의 규칙과 연관시켜 매일 2분만 하면 된다. 사람에 따라 운동 습관이 자리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다르다. 적어도 21일이지만 66일은 해야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오늘 하루쯤 쉬는 게 어때가 아니라 오늘 하루도 어때?  


평생 2분만 운동해도 될까?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운동의 평균 시간은 하루 30분 일주일에 5번이다. 그러므로 매일 2분씩 운동 습관을 만든 후 시간을 늘려가야 한다. 앞서 소개한 5가지 운동 습관 만드는 방법은 매일 운동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심어준다. 정체성을 만들면 나머지는 따라온다. 운동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심어지면 운동의 시간, 운동의 종류, 효과적인 운동 방법 등을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평생 2분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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