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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Sep 22. 2023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치맥이 당길까?


이경 씨는 퇴근 후 집에서 맥주 한 캔으로 시작한다.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 자신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었다. 윗년차의 갈굼에 속이 상할 때면 매운 엽기 떡볶이를 주문한다. 매운 떡볶이 한 입에 속상했던 마음이 풀린다. 넷플릭스를 보며 마시는 맥주 한 모금과 엽기 떡볶이가 하루 중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작했던 사소한 행동들은 결국 이경 씨에게 역류성 식도염을 안겨주었다. 


스트레스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스트레스는 꼭 없애야 할 사회악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같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스트레스를 받고도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둘의 차이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습관에 달려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 그 둘을 이어주는 강력한 연결고리에는 나쁜 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   


스트레스받으면 왜 나쁜 습관이 하고 싶을까?

스트레스는 나쁜 습관을 불러온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샐러드를 먹는 대신 맥주와 치킨을 주문하고, 산책을 하는 대신 담배를 피우고 싶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쁜 습관이 생기는 것은 흔한 현상이고, 생리적,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다.  

나쁜 습관은 즉각적인 만족, 안도감을 제공한다. 단 음식, 담배를 접했을 때 즉시 기분이 좋아진다. 이유는 도파민 때문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따르면 초콜릿은 쥐의 기본 도파민 생산량을 55퍼센트 늘리고, 담배의 니코틴은 150퍼센트 늘렸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주의 횟수도 늘어난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에 즉각적으로 긴장을 풀게 하고 진정효과를 준다. 일시적으로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여준다.  


술 마시면 끊었던 담배 생각이 나는 이유 


나쁜 습관은 또 다른 나쁜 습관을 불러온다. 끊었던 담배도 술을 마시면 생각이 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술과 담배가 뇌에 미치는 기전이 비슷하다. 둘 다 쾌락을 느끼게 하는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우리 몸에 술이 들어가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하지만 우리 뇌는 좀처럼 만족을 모른다. 우리 몸은 더 많은 쾌감, 즉 도파민을 원한다. 흡연을 통해 도파민을 추가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담배의 니코틴은 각성효과를 지녔다. 술을 마시면 줄리는 부작용을 담배가 해결해 준다. 술을 깨기 위해 바람 쐬러 나갔다가 담배 피우고 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는 술을 마시면 형성되는 흡연 무리들도 중요하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선배들은 술자리에서 꼭 후배 한 둘씩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오곤 했다. 선배로부터 대단한 비밀 이야기를 들은 듯한 동기의 표정에 그들이 나눈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하지만 나는 비흡연자이기 때문에 단 한 번도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담배 맛을 아는 이들에게 술자리 흡연은 사회적 연결을 강화시켜 준다. 술을 마시면 자제력을 잃기 쉬고 흡연에 대한 저항력이 줄어든다. 단단했던 금연 의지력도 우리 몸에  술이 들어가면 느슨해진다. 음주와 흡연은 생리적, 사회적,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가 시작되면 다른 하나가 절로 따라오기 쉽다. 음주와 담배 습관은 서로 간의 조건 반사인 셈이다.   


미래가치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 '지연 가치 폄하' 


초콜릿, 케이크와 같은 달콤한 디저트, 담배, 술 등 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제품은 미래가 아닌 현실에 집중하게 한다. 지금 여기, 내가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상대적으로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가치를 평가절하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보다 밖에 나가 운동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 더 큰 이득이 될 것을 알면서도 눈앞의 술이나 담배에 손이 간다. 미래의 건강함 보다 당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안락함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건강함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것이니 내 것이 아니다. 당장 내 입에 넣을 수 있는 초콜릿 만이 나의 것이다. 미래의 큰 보상보다 당장의 작은 보상을 더 선호하는 성향을 ‘지연 가치 폄하’라고 부른다. 


스트레스받으면 왜 맵고 단 음식이 당길까?
마라탕 먹고 탕후루 유행의 이유 

한자로 마(麻)는 저리다, 라(辣)는 맵다, 탕(燙)은 뜨겁다는 뜻이다. 혀가 저리게 맵고 자극적인 마라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떠오르는 매운 음식의 대표다. 잠깐의 유행으로 지나갈 줄 알았던 마라탕은 꾸준히 찾는 음식이 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녀 모두 매운맛을 선호한다. 1) 매운맛은 미각이 아닌 통각이다. 혀의 통점을 자극하여 매운 음식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뇌는 매운맛을 통증으로 인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뇌는 진통 효과를 내는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엔도르핀은 혀에 있는 통증을 줄여줄 뿐 아니라 일시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한다. 또한 매운맛은 아드레날린 호르몬을 분비시켜 신진대사를 활성화되게 한다. 땀도 잘 배출되는 효과가 있다. 노폐물이 몸 밖으로 배출되면 개운한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매운 것을 먹었다면 다음 순서는 달다구리다. 매운 음식은 단 음식으로 눌러줘야 한다. 요즘 10대 들은 식사로 마라탕을 먹고 식후 디저트로 탕후를 먹는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막대에 꽂아 시럽처럼 끊은 설탕을 입힌 중국의 전통 간식이다. 과일만으로도 충분히 단 맛을 느낄 수 있는데 설탕 시럽으로 단 맛을 극대화시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 음식이 당기는 이유는 호르몬 때문이다. 달달한 음식이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배출한다. 최근에는 식사로 마라탕 먹고 식후 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다는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마라탕후루의 유행은 우리가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를 살고 있다 방증이다. 


스트레스받으면 왜 떡볶이가 먹고 싶을까?


감정적 허기 


스트레스, 불안, 우울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무언가를 먹는 것이다. 음식은 감정적으로 편안함을 제공한다.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와 긴장이 풀린다. 특히 맵고 짜거나 단 음식, 고 칼로리 음식에 대한 갈망이 증가한다. 식사를 한 지 3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배가 고프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배고픔이 심해져 떡볶이, 초콜릿 등 특정 음식을 먹고 싶다면 진짜 배고파서가 아니가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 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받으면 왜 더 많이 먹고 싶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에 따라 더 많이 먹기도 하고, 식욕이 떨어져 덜 먹게 되기도 한다. 국내 보고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많이 먹었고,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식사량이 줄어들었다. 1)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음식량의 변화는 여성에서 컸다.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남녀 모두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음식 섭취량이 증가했다. 국내 충북대학교에서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간식 섭취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2) 스트레스 정도가 간식 섭취 빈도와 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았다.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33%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식을 더 많이 섭취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더 많이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에 배고픔과 음식 갈망을 촉진한다. 코르티솔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급격한 혈당 변화를 일으킨다. 이때 찾는 음식은 주로 고 탄수화물과 고 칼로리 식품으로 순식간에 혈당을 올린다. 이후 급격하게 저혈당이 발생하며 다시 또 무언가를 먹게 된다.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배고픔이 자극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먹고 과식하게 된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 먹는 것, 왜 문제가 될까? 


스트레스, 불안, 슬픔 등 감정적인 원인으로 인해 음식을 먹게 되면 쉽게 과식과 폭식을 하게 된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깐 계속 먹고 싶어지고 많이 먹게 된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사람들은 고지방, 고칼로리, 단 음식을 섭취할 가능성이 높다. 비만해지고, 당뇨와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찾게 되는 음식은 당장은 기분은 좋게 할지 몰라도 장기적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선택은 아니다. 매운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고 소화 기능을 떨어뜨린다. 위산이 많이 분비되고 위벽이 자극된다. 위염,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 같은 소화기 질환의 발생이 증가한다. 달달한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단 음식들은 대부분 단순당으로 이루어져 있어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단 음식은 먹을수록 의존이 강해지고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습관은 의식적인 노력이 덜 든다. 같은 상황이 주어지면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음주와 흡연, 맵고 단 음식 섭취 등 나쁜 식습관이 자동적으로 나오고 있다면 당신은 만성 질병으로 가는 직행 열차열차에 올라탄 셈이다. 


※ 참고 문헌

1) Kim KH (1999): A survey on the relation between stress and nutrient intake in adults. Korean J Dietary Cult 14(5): 507-515 

2)  Eun-Young Jeong, et al. (2007) Influence of stress on snack consumption in middle school girls. 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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