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나를 칭찬해 줄 때
일부러 겸손한답시고
"아닙니다."하고 말할 필요는 없다.
거저 주는 칭찬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내가 나를 칭찬해 주는 것도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면
웃으면서
"감사합니다.", "고마워."
라고 말해보자.
어렸을 때부터 겸손은 미덕이라고 배워왔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칭찬한다면 마냥 기뻐하기보다는 나를 낮춰 대답하곤 하였다. 엄청 오랜 노력 끝에 간신히 성공을 맛보았을 때에도 사람들이 칭찬해 주면 나는 그저 "운이 좋았습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렇게 무난히 넘어가면 괜찮은데, 문제는 내가 성공했을 때 이를 질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발생한다. 애초에 내가 스스로 낮춰 말하기 전에, 상대방 쪽에서 나의 성공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대화를 걸어온다. 주로 "너는 운이 진짜 좋은가보다.", "그 시험이 어렵지 않은 거지?", "뭐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네." 등 이런 식이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의 인성과 태도에 문제가 있는 게 맞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잘 맞서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그런데 평소에 나는 겸손의 세뇌에 갇혀있어 겸손의 대답을 사용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 하다가 그 대화의 상황이 끝나곤 하였다. 집에 오면 그때 말하지 못했던 속상한 마음들이 커져 침대에서 혼자 눈물 한 바가지를 쏟는다. 다음번에 같은 상황이 오면 내가 얼마나 노력하여 이뤄낸 것인지 당당하게 말하려고 다짐해 보지만, 두 번의 같은 상황은 잘 오지 않는다. 내가 먼저 지난 일을 구태여 꺼내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소심해 보일까 봐 속으로 말을 삼킨다.
나는 왜 그 상황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을까? 나는 왜 정정당당하게 내 노력으로 얻어냈음에도 상대방의 무례한 말에 적절히 받아치지 못했을까? 침대에 누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늘 겸손을 빙자하여 나를 낮춰 말하곤 하였는데, 무의식 중에 나의 생각도 나의 말을 따라간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내 자신을 먼저 칭찬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에게, 특히나 무례한 사람에게 나의 존중을 바란다는 것은 굉장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나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내 자신을 칭찬해 주기 시작했다. 오늘 제시간에 출근을 한 내 자신에게 '성실하다.', '부지런하다.' 등 간단하고 짧은 칭찬부터 하였다. 어제도 그제도 늘 해오던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에서부터 칭찬을 하였다. 사소한 기억을 잘 해내는 내 자신을 보고 '똑똑하다.', 일을 제 때 잘 끝냈을 때는 결과와 상관없이 '훌륭하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처음에는 어색하였지만 계속 지속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졌다. 칭찬이 너무 과해져서 거만해지거나 오만해지지 않게 항상 경계하였다. 거만과 자기 비하 사이에서 알맞게 나를 칭찬하는 것은 처음에는 무척 어색하고 힘든 일이었다.
이러한 습관이 하루가 지나고 일 년이 지나니 나는 나를 칭찬하는데 익숙해졌다. 나는 점차 대접받을만한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게 되었고, 그 뒤론 타인에게 칭찬을 받는 것도 익숙해졌다. 억지로 겸손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올라간 자존감은 무례한 타인을 대할 때도 유머와 여유를 가지게 해 주었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듯이 겸손도 마찬가지이다. 지나친 겸손은 미덕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을 선사할 뿐이다. 내 자신을 칭찬하라. 힘든 하루하루를 잘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나는 칭찬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