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해체가 아닌 가족관계의 정상화에 대한 단상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국제적인 사조 속에서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짐과 동시에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억압받고, 희생하고, 불행해지는 현상들이 까발려지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고
이성 간의 결혼제도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가족해체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로, 출산과 육아 때문에 여성의 일이 위협당한 건 사실이고,
여러 경제적, 문화적 상황들 때문에
우리는 쉽게 '가족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되고 있다.
가족기능의 정상화부터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가족의 해체'에는 두 차원의 주장이 들어있다.
첫 번째는, 다문화가정, 외국인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비혼자 등과 같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이 있다.
두 번째는 꼭 법적으로 이성 간의 결혼제도에 의해 묶인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양성 커플 간의 동거/사실혼 관계, 동성 간의 결혼, 하우스 쉐어링 같은 다양한 가구의 형태를 수용하자는 입장이 있다.
(첫 번째의 경우는 충분히 사회적 평등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두 번째는 우리 사회의 질서를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가족의 다양성, 가족 개념의 외연 확장 차원에서 내가 어떤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는 어렵다.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결혼제도에 의해서 보호받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구들을 어떻게 형평성 있게 사회적으로 수용할지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그건 내가 잘 모르는 영역이다.)
다만, 그러한 논의 주제에 뒤섞여서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혼자살기를 합리화하는 흐름이 안타까울 뿐이다.
가족의 의미 확장을 위하여 보편적인 '부, 모, 자녀'의 가족형태의 가치가 완전히 무시되는 것이 정당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가족주의와 가부장주의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협력적인 가족관계를 통해 건강한 가족상을 그려볼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런 극단적인 세팅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평범한 시민이 가족 안에서 경험하는 역기능들도 많다.
그런데 그 반대급부에는 건강하고 이상적인 방식으로 꾸려지는 가족들도 많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 문제는 가족 문제'니깐, 가족관계의 정상화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개인과 가족을 반대급부에 위치시키고
개인의 행복과 전통 가족의 형태가 양립할 수 없다고 하는 듯한 뉘앙스가
마치, 여성이 경력과 육아의 양자택일의 딜레마에 고립되어있는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보자.
일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개인의 행복과 가족도 병존할 수 있다.
나는 그 답을 성장지향적 관계의 도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삶을 지지하고 조력하며 지탱해주는 상생적인 가족관계의 회복은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