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마음을 숨기고 방으로 가 옷을 갈아 입는다. 뭐라고 대답해야하지? 갑자기 왜 내가 싫다고 하지? 아침에 나한테 많이 서운했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생각에 잠겨 손을 씻는 사이 분명 엄마가 싫다던 아이는 어느새 내 곁에 와서 알짱거리고 있다. 내 바짓가랑이를 잡아 끌면서 끼잉, 끼잉, 대기 시작한다.
"엄마아, 같이이!"
이런 일이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는 나가지 말라는 자신의 말을 외면하고 출근했다 이제서야 돌아온 내가 싫었던 것이다.
이후로 아이의 요구와 표현은 점점 선명해졌다.
"엄마가 일하러 가는게 싫어. 엄마랑 놀고 싶어."
말을 제법 할 줄 알게 되면서 아이가 또박또박 자신의 마음을 말할 때, 무너지는 마음을 여러번 경험했다. 아이가 50일을 조금 넘겼을 때부터 나는 출근을 했다. 나와 매일 아침 이별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했던 아이는 내가 출근할 때 울고 불고 매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무거운 마음은 나 혼자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착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아이도 나와의 이별이 싫었던 것이다.
같이 놀고 싶어서 주말마다 낮잠도 안자려고 사투를 벌이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짠한 마음이 올라온다. 밤에 자기 싫다고 졸린 눈을 비비며 울고 불고 할 때면 더욱 그렇다. 졸린데 왜 안잘까? 이해가 안되고 답답했다. 취침 시간이 점점 늦어지면 나도 체력에 한계가 오면서 짜증이 욱하고 올라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내일 아침이면 다시 사라질 엄마인걸 알기에, 졸리지만 지금 이 시간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그 마음을 엄마가 알아주고 받아줘야만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엄마가 왜 일을 하러 가야하는지, 조근조근 설명해주고 함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것 뿐이다. 한 번이라도 더 웃으며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본다. 아이의 마음을 내가 다 채울 수는 없어도, 엄마가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싫어 !
그 것은 나를 봐달라는 외침이었다.
나를 두고 간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 사랑과 애틋함이 뒤범벅된 아이의 표현이다. 나만 아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에 대한 아이의 사랑은 그렇게 커다란 것이었다.
처음에는 마음을 덜컹-하게 했던 아이의 말이 오히려 조금 감사하기도 하다. 아이가 나를 싫다고 말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게 되는 날이 올까, 이제는 그 것이 더 두렵다. 좋은 것, 싫은 것 모두 거짓 없이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어린 아이의 마음이 반갑다.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되더라도 언제까지고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주고 받을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