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부부의 화이트데이

by 닥터스윗비

2012년 1월부터 남편과 교제를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가 되었다.

10년 차 부부의 기념일은 어떨까.


둘 다 평소에도 생일 외에는 거창한 이벤트나 커다란 선물 같은 것을 챙기지 않는다. 둘에게는 별 의미도 없는 날들을 남들이 다 챙기니 따라 한다는 것은 사실 내게 조금 성가신 일이다. 그래도 그냥 지나가면 왠지 서운한 마음은 들어서 소소하게 작은 초콜릿 상자를 주고받는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화이트데이.

사실 나는 바쁜 월요일 아침이라 화이트데이 같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비몽사몽 사과를 깎고 있었다.

갑자기 남편이 현관 밖에서 봉투를 들고 와 포장을 뜯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새벽 배송이 왔길래 뭘까? 싶었는데 남편이 묵직한 덩어리 하나를 턱- 식탁에 내려놓은 것을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무려 명인이 빚은 수제 꿀약과


선물은 바로 미니 꿀약과였다.

사탕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추어 대신 샀다며 회사에 가져가라고 말하는 남편. 약과를 좋아하고 진료실에서 작은 간식이 항상 필요한 나에게 딱 맞는 선물이었다. 분명 꽤나 고심해서 섬세하게 고른 선물인데 포장도 없고 봉지째 받았더니 굉장히 무심해 보였다. 그 부조화에 웃음이 났고 피곤했던 마음은 어느새 한결 맑아졌다.


꽤나 묵직한 봉투를 가방에 담았다. 생긴 것도 꽃 모양이 아닌 네모진 것이 꼭 건빵 같아 출근길 전투식량처럼 느껴진다.


항상 곁에 있어 잊고 살지만, 그래도 나를 아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귀찮게만 여겼던 기념일이란 이런 쓸모가 있는 날이었다.

힘이 나는 월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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