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려받아서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것들, 망가진 것들, 아이가 크면서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진 것들... 잘 추려서 출근길 분리수거장 쓰레기통에 와르르 쏟아놓고 돌아서려는데 -
방긋 웃고 있는 주황색 튤립 장난감과 눈이 마주쳤다.
만약 그 장난감이 뒤집어져 있었다면, 다른 쓰레기 속에 파묻혀 버렸다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바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주황색 튤립으로 말할 것 같으면, 깜빡거리는 주황색 불빛과 함께 동요 다섯 곡 정도가 자동 재생되고, 장난감을 흔들면 띠용 띠용 하는 귀여운 효과음까지 나는 만능 장난감이다.
백일 무렵부터 이 주황색 튤립 장난감은 우리 아이의 이른바 '최애'였다. 돌이 다 될 때까지 근 일 년 정도를 집에서도, 외출할 때에도 언제나 가지고 다녔던 아이템이다. 하도 많이 떨어뜨려 나중엔 건전지 뚜껑이 닫히지 않아 테이프로 감아 썼을 만큼 튤립 사랑은 엄청났다.
그 말은 즉 나도 거의 일 년을 그 장난감과 함께 했다는 뜻이다.
그렇다.
그것은 아이의 장난감이었지만, 나의 물건이기도 했다.
부서질 것 같이 작은 아이를 조심스럽게 유모차에 태우고 튤립에서 흘러나오는 곰 세 마리를 들으며 동네를 산책했던 기억, 아이 웃는 모습 한 번 더 보겠다고 이제 겨우 앉기 시작한 아이 앞에서 나 혼자 튤립을 흔들며 신나게 율동을 했던 기억, 백일 된 아이를 두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때도 가방에 튤립을 챙겨서 시댁에 보냈던 기억...
초보 엄마가 되어 서툰 육아를 하면서, 힘들 때에도 기쁠 때에도 튤립은 함께 있었다.
그런 튤립이 나를 보고 방긋 웃고 있었다.
안녕, 오랜만이지?
아아, 그 얼굴을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아이는 튤립을 잊었어도, 나는 그 시절을 잊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튤립을 재빨리 다시 주웠다.
이걸 어쩌지? 아직은 못 버리겠어. 그렇다고 집에 다시 가져가? 에이 모르겠다, 일단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