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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by 다큐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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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1. 나의 눈부신 친구

2.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3.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4.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이탈리아 나폴리라는 곳에 대해 내가 가졌던 생각은 이 책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게다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하는 소설의 시대성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여둘톡에서 추천을 해주셔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두 여성의 우정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여자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삶이 현대의 여성이 겪는 어려움과도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


릴라와 레누. 이 두 여성은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같은 동네에서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인데, 이 둘은 노년기가 되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사이이다. 작가는 그 이야기를 4부작에 걸쳐 서술한다.


4부작을 끌고 오는 모든 매력은 한 권이 끝날 때마다 작가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는 듯한 엔딩에 있었다. 특히 1부의 마지막에서 릴라의 구두에 대한 마무리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만큼이나, 그리고 심장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작가는 그 시절 여자의 삶을 낱낱이 보여준다. 부부 사이에 만연했던 폭행, 수동적인 여성으로 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여자들, 가족 간의 싸움, 정확하지 않지만, 마피아같이 힘을 과시하는 불법적인 집단의 존재까지. 이 모든 긴장감이 있는 소재들을 4부작까지 작가가 소재로 다룬다는 측면에서 작가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인물이 등장함으로 인해, 마치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를 연상시켰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때문인 탓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릴라와 레누의 우정이 인상 깊다. 우정이라고 단편적으로 말하기도 어려운 편인데, 둘이 서로 가지고 있는 상호 보완성이 서로를 성장하게 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들은 그런데도 여성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


릴라가 아이를 잃어버린 이야기는 가슴이 아팠는데, 단지 릴라의 고통을 일반적이지 않게 관찰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그것 역시, 그녀의 캐릭터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면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싶다.


나는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인용구에 대해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 여성들은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그들의 친구에게 마음을 쏟고 시간을 쓴다고 생각한다. 릴라와 레누 역시도 그들이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 기꺼이 도움을 주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 경쟁이나 수를 쓰는 그것 역시 보여준다. 그것이 책을 보는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대단원의 마지막 장면에서 또다시 작가는 독자에게 의문을 남기며 글을 끝낸다. 인생이란 다시 순환하는 삶을 뜻하기도 하고, 릴라가 레누에게 가진 마음은 무엇일까?라는 의문도 던져준다. 과연 릴라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이렇게 의문을 주며 글이 끝나는데, 4부작이나 되는 장편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나로서는 5부작이 나올까? 라며 긴장감 있게 책을 덮었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 노년기까지 둘의 관계가 이어지는 점은 정말 운이 좋은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학교에 다닐 때는 경쟁하고, 같은 남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변덕이 죽 끓는듯한 사람의 성격을 곁에서 보는 것 역시,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둘의 관계를 이 두 가지를 왔다 갔다 한다.


그러나 그러한 측면이 여자 친구들끼리의 관계에서만 벌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때때로 사회에서 만난 사이에서도 그런 관계를 보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이 시대를 초월하는 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엘레나 페란테의 장면 묘사가 정말 예술이다. 주요 장면을 영화의 영상을 보듯 볼 수 있는 점이 무척이나 대단한데, 그것이 작가의 재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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