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강명희 개인 전시회 Visit ]
강명희 작가의 캔버스 속 그림들은 안개나 눈이 쌓인 듯, 여백이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더욱 실제로 가서 그림을 보고 싶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무료 전시를 열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그림을 무료로 볼 수 있다니 너무나 좋았다.
그림의 소재들은 대체로 자연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초현실주의와 한국 근대미술’이라는 전시와는 매우 달랐다. 물론, 소재가 자연과 겹치는 경우는 많았지만, 강명희 작가의 개인전에서는 구상화나 추상화 등등 각각의 모습이 다채롭게 느껴졌다.
입구에서부터 크기로 압도하는 그림이 있다. 여러 가지 색상이 보이는 이 그림부터 전시의 개괄을 보여주는 듯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물감이 아름답게 겹친 듯 보이는데, 추상화가 가진 매력을 물씬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보았던 그림 중에는 산방산이라는 그림이 좋았다. 녹색의 아름다움과 여백의 느낌을 보여주는데, 작가가 제주도에서 거주하면서 본 풍경들을 추상화시킨 점이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제주도, 프랑스, 몽골, 중국, 인도 등을 여행하고 머물면서 작업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특히 작업실을 일부러 여러 군데에 두고, 그때그때 보이는 풍경을 보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계절이 느껴지는 그림들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동백꽃, 산방산, 한라산, 그리고 초기 작품에는 도시화되어 있는 그림 역시 볼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작가가 그린 자화상 몇 점을 볼 수 있었는데, 추상화시키지 않아서 작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전시의 제목인 Visit, 방문이라는 그것은 여행과도 같은 그녀의 작업 스타일에서 따온 것 같았다. 자칫 무엇이라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어떤 것을 그린 것인지 알 수 없는 추상화의 특성상, 풍경을 그린 것에 그곳 지명을 붙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더욱 그곳에 가서 작가의 그림과 함께 풍경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초록이 더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작업 스타일이 전시된 것도 있었는데, 그것 역시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면이 있었다.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여백의 흰색, 녹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과 붉은색의 조합이 작가가 그린 그림 속에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 없이 아름답게 펼쳐진 캔버스가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