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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환기 미술관

by 다큐와 삶

[리뷰] 환기 미술관


여름이 다가오는 날씨다. 한적한 부암동은 내가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조용한 곳에 미술관이 몇몇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환기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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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술관은 김환기 화백이 돌아가시고 난 후, 그 부인 김향안 여사가 지은 곳이기도 하다. 미술관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다른 곳과는 다른 동선이라서 김환기 화백의 작품과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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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미술관과는 다르게 내부 사진 촬영은 안 되는데, 처음 들어가는 곳에 포토존이 있다. 오히려 온전히 조용하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포토존에 있는 프랑스에서 이 부부의 사진을 보고 있자니, 그 시대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멋이 있었다.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air and sound였다. 파란색과 검은 점이 캔버스를 뒤덮은 작품은 김환기 화백의 시그니처이지만, 특히 이번 미술관에서 눈길이 갔다. 아마도 작품 옆에 있던 글귀가 인상 깊었던 탓이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 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본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김환기 1973



모든 추상화가 그러하듯, 언뜻 보면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추상화들을 여럿 보다 보면 이런 것을 그렸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보는 눈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인상 깊다고 말한 그림의 앞에 의자가 놓여있어서 앉아서 곰곰이 고민하면서 그림을 보았다. 내가 그림을 보면서 매직아이를 하는가?라는 농담을 생각하다가 다시 보니, 그림 속 점들이 하나하나 진동하는 것, 휘몰아치는 것이란 생각을 했다. 공기와 소리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고, 보이는 것은 함축해서 그리는 작가의 작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듀엣 전에서는 작가와 부인이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준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곳을 거쳐, 결국 김환기 작가가 돌아가시고, 김향안 여사가 작가의 뜻을 따라 미술관을 짓고 그의 그림들을 모아 전시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에 여유가 있었다면, 포스터 그림 중 마음에 든 것을 사 오고 싶었는데, 다음에도 가서 포스터를 보고 사고 싶은 마음이 들면 한 장 사 오고 싶다. 무한의 별과 달, 항아리, 새. 작가의 소재는 자연이고 그것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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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사는 듯한 고양이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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