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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인칭 가난

by 다큐와 삶

이번 연도에 이렇게 단숨에 읽게 된 두 책이 있었다. 하나는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였고, 또 다른 하나는 ‘일인칭 가난’이었다. 그러나 빠르게 읽었다고 해서 가볍게만 읽을 수는 없었다. 개인의 삶, 아니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겪을 수도 있는 가난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나 실제적이어서 책의 처음과 끝까지 꽉 차 있는 느낌이 든다. 멸균 우유에서 시작해서 미국에 가게 되어 겪어본 세상은 넓고 무한해서 살아 볼만하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간혹 경험해 보지 않은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나오기도 한다. 나라의 복지 제도를 받기 위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당혹감은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세심한 배려와 제도 수혜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p.120 상담을 하며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고모, 엄마, 아빠에게서 한 발씩 멀어졌다. 11회째부터는 상담료를 낼 수 없어서 상담을 받지 못한 내게 아직 해소하지 못한 질문이 있다. 2000원이면 샀을 번개탄으로 죽은 아빠와 죽지 않고 입원해 월 80만 원짜리 치료를 받았을 아빠 중 내게 더 깊은 가난을 안겨줬을 아빠는 누구일까.



자신의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 ‘상담을 함으로 인해 감정을 분출하고 더 나아가는 모습은 누구나 배워야 할 점이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럴 수 있었을까?


그러나 작가는 자신이 정작 물어보지 못한 물음에서도 가난의 무거움을 보여준다. 2000원과 80만 원의 돈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머리를 맞는 것 같은 충격이 다가왔다. 하지만 작가의 그 담대함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그렇게 일인칭 가난이라는 책은, 그러나 일 인분이 아니고 더군다나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무엇인지 보여주면서도, 작가의 삶 속에 녹아든 열심히 사는 사람의 DNA가 보여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안온 작가님에게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참고문헌 뒤에 붙여 놓은 것이다. 이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일인칭 가난’을 다시 읽으면 더욱 이해도가 올라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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