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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파일럿

by 다큐와 삶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구인 공고를 보는 게 스트레스였다. 매일 구인 공고를 보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는 요즘의 일상이 너무나 싫은 시점이었다. 모처럼 영화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기웃대다가 본 영화 “파일럿”. 재미있었지만 마냥 웃기게만 볼 수 없었다.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구직하는 마음이 저렇게 절실하게 보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역시 조정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별에 대해 이렇게 ‘가볍지만 무게감 있게 보여줄 수 있나? ’라는 질문에 조정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클리셰.


잘한 클리셰는 클리셰를 넘어선다.



여성 분장을 하고 겪을 수 있는 모든 연기에 대해 조정석은 최대한 노력한다. 한정미이지만 한정우이기도 한 조정석은 조금은 자신의 모습대로 연기한 듯한데, 나는 괜찮았다. 여전히 그는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것도 너무나 잘하면서 말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고 하긴 너무 긴 스토리인데, 남자들의 우정과 여자들의 우정이 정말로 색과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감독이 그것을 한 단면이 아닌 넓게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으쌰으쌰 하는 남자들의 우정, 조용히 힘이 되어주기도 하는 여자들의 우정. 성 감수성이 예민한 요즘의 사람들이 보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리고 물론 조용히 힘이 되어주는 남자들의 우정과 으쌰으쌰 하는 여자들의 우정 역시 있다. 겉모습이 다를 뿐, 우리는 인간이니까. 사람들과 부대끼며 같이 일하는 우리들은 인간이다. 단순히 남과 여로 나누기에는 아쉬운 존재들이다.


비행이 하고 싶었고, 원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비행이라는 것을 깨달은 한정우는 아주 작은 섬에서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나간다. 그러한 모습이 아들에게도 좋게 비칠 것 같다. 아들은 빌리 엘리엇의 빌리 같은 모습이 보여서 귀엽게 느껴졌다. 물론, 아이가 발레리노로 살아 가는데 사회의 시선과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들을 응원한다.


한정우는 비행이 어렸을 적부터 하고 싶어 파일럿을 작은 섬에서도 하는데,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가 싶었다. 나에게도 꿈이, 아직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적어도 내 자리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일상을 보내는 것도 역시 중요하다. 내 자리를 찾는 것. 한정우보다는 느리겠지만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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