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패스트 라이브즈
나영과 해성. 이 둘은 초등학교 친구 사이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관계인데, 나영이 이민을 가게 되면서 둘은 헤어진다. 그 후, 20대에 혜성이 먼저 연락하게 되고, 둘은 인터넷으로 이야기하고, 잠깐의 시간을 가지자는 말에 둘은 12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한다. 그리고 이제 현재. 나영은 결혼을 했고, 해성은 그녀를 만나러 미국 뉴욕으로 여행을 온다.
서로에게 첫사랑인 듯한 그들은 뉴욕에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 같은 관광을 한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나영과 해성, 아니 노라와 해성은 서로에게 갖고 있던 질문들에 대해 물어보고 대답한다.
해성은 지금 만나고 있는 여성과 시간을 가지기로 했는데, 아마도 헤어진 것 같다. 그리고 노라는 유대인인 남편과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그들의 설렘은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봉을 맞잡고 서로를 보고 있는 장면에서 많이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그런 어린 시절이 있다. 남자와 여자, 여자와 여자, 남자와 남자. 그렇게 유년 시절을 보내게 되는데, 이 둘은 서로를 좋아했다. 해성은 나영이 이민을 가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물어보는데 여기서 ‘인연’이라는 말이 나온다. 어떤 인연은 전생을 이어서 만나게 되고, 또 어떤 인연은 잠깐 나무에 앉은 새와 나무처럼 금방 헤어지게 된다. 아무래도 노라는 어렸을 적 나영이라는 존재에 대해 멀리서 바라보게 된 것 같다. 그녀는 이미 이민을 와서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고, 해성은 자신이 살던 그곳에서 계속해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살펴볼 수 있는 단어와 의미는 아니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그 단어가 굉장히 와닿았다. 멀어진 그들이지만 그때의 유년 시절을 지나 지금의 상황을 보고 인연이라는 담백한 말로 설명하는 그들은 이제 어른이다. 어른의 이별을 하게 되는데, 마지막에서 해성이 나영을 부르는 그 장면에서 잠깐 그들은 아이가 된다. 이것 역시 감독의 의도였을까? 어른인 우리들은 가끔 생각만으로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어린이로 만들어주는 그 시절, 그 친구로 인해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이다.
현재의 노라는 잠시 자신의 나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살았던 시절에 대해 생각하고, 집 앞에서 기다리는 자기 남편에게 안겨 운다. 몇십 년에 걸쳐진 해성과의 인연이 마무리되는 것을 느낀 듯, 그녀가 우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의 음악은 가라앉지 않는다. 노라는 이미 뉴욕에서 노라의 삶을 살고 있으며, 해성 역시 서울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마무리가 된다.
두 배우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평소 유태오라는 배우는 어린 시절을 외국에서 보내서 한국말을 하지만 특유의 외국어 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어서 대사 톤을 연습할 때 굉장히 노력했던 것 같다. 그레타 리 라는 배우는 이번에 처음 보았는데, 그녀의 세심한 표정 연기가 인상 깊었다.
어린 시절, 그리고 인연. 패스트 라이브 속에 보이는 이러한 단어가 주는 울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