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에세이] 악몽

by 다큐와 삶

[에세이] 악몽


나에게 잠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지만. 그리고 7~8시간을 채워서 자기로 한 게 몇 년이 안 되었다. 아마도 인생에서 그 시간만큼 잔 시간 역시 얼마 안 되었다. 대학 때는 공부로, 졸업 후에도 공부로, 아니면 재미있는 책을 읽느라, TV를 보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다. 그 덕에 잠에 대해서는 제쳐 두고 살아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렇게 잠을 자기 시작하면서 별다르게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나에게도 자고 있을 때, 꿈이 찾아온다. 꿈은 이야기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가 기억이 되기도 하고, 잊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악몽. 기억이 다시 떠오를 때, 나는 악몽처럼 소스라치게 놀라서 깰 때가 있다. 아니면, 너무 슬퍼서 울면서 깰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울거나 잠깐 일어나서 진정한 후, 다시 자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악몽들은 다시 잠을 자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마치 뒤엉켜 있는 컬러 진흙을 본 느낌인데, 하나하나 색상별로 떼어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


태어나길 예민하게 태어난 터라, 그 악몽의 순간을 곱씹다 보면, 부글부글 화가 날 때가 있다. 다 기억들이다. 창피했던 순간, 슬펐던 순간, 다시 돌아가서 더 나은 행동을 하고 싶은 순간,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의 얼굴들, 그리고 가장 말도 안 되는 그 무엇들의 이야기들.


악몽은 과거에서 온 이야기일 때가 많고, 그것은 쉽게 말해 기억들이다. 그 기억들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과 하지 않는 사람들. 나를 위해주기 위해 말하는 사람들과 상처 주려는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악몽은 나의 잠을 망치기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나는 잠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시간을 채워서 자려고 노력한다. 언뜻 보면, 악몽을 꾸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잊고 지냈던 기억이 다 돌아오거나 그렇지 않거나. 어쨌거나 그 불완전한 것들 역시 나의 한 부분이니까. 그 부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잠을 잔다.


최근에 빌린 책 제목이 생각난다. “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는데, 문득 이 책 제목을 말하고 싶어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뷰] 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